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등 대형 조선사를 중심으로 실적 턴어라운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을 기록한 해양플랜트 물량을 상당부분을 털어내 소폭이나마 흑자 달성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발주처의 계약 취소 위험과 인도 지연 등 각사별로 처한 상황으로 의미 있는 흑자 달성은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27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조선 ‘빅3’인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그나마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은 표면적으로 적자 행진을 멈추고 흑자전환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반면 대우조선은 적자 늪에서 탈출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에프엔가이드는 대우조선의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014년 같은 기간(4조5440억원)보다 24.17% 줄어든 3조4456억원, 영업이익은 770억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조선 빅3의 지난해 1~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총 7조9319억원에 달했다.
소폭이나마 흑자 달성 기대감이 높아진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속사정을 들여다보면 실적개선 효과로 판단하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수년 전부터 이어진 업황 침체와 무분별한 해양플랜트 수주로 인한 후폭풍은 현재진행형이다. 여기에 유가하락으로 인한 수주 급감과 발주 취소 등의 여파도 맞물리고 있다.
조선 빅3는 지난해 해양플랜트 부실을 실적에 대거 반영했지만 현장 상황에 따라 추가 비용이 발생할 위험은 남아 있다. 해양플랜트 리스크에서 탈출하는 길은 예약된 인도 시기에 맞춰 물량을 털어내는 것뿐이다. 그러나 저유가로 인해 상황이 녹록지 않다. 해양플랜트 발주처들이 잇따라 계약 취소를 통보하고, 인도 시기 역시 늦추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조선 빅3에는 과거 수주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 수십건이 진행되고 있다”며 “작년 해양플랜트로 큰 손실을 봤지만 이미 수주한 물량이 발추처로 인도될 때까지 추가 부실위험은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이 갖고 있는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총 24기로 이 중 올해 인도 예정인 물량은 4기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내년과 오는 2018년까지 인도할 예정이다. 대우조선은 22기로 이 중 올해 인도가 예정된 물량은 9기다. 현대중공업의 해양플랜트 수주잔량은 22기다. 그러나 드릴십과 같은 대규모 공사가 없어 조선 빅3 가운데 해양플랜트 리스크가 가장 적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조선사 매출 가운데 50%를 담당하고 있는 해양플랜트의 발주가 전무하다는 점이다. 유가가 계속 하락하자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고 판단한 오일메이저들이 해양 개발에 나서지 않고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국제유가 하락세는 조선 빅3의 실적개선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조선 빅3는 저유가에 따른 발주 감소로 아직까지 새해 마수걸이 수주를 알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삼성중공업이 단 1건의 수주 실적을 기록한 이후 빅3는 두 달 가까이 심각한 수주난을 겪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조선 빅3는 올해 수주 목표를 지난해보다 20%가량 낮춰 잡았다. 일각에서는 저유가에 따른 해양플랜트 발주 감소와 함께 선박 수주 침체, 실적 불확실성 지속 등으로 올해 3분기쯤에야 실적 불확실성이 완화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4분기 이후 해양실적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LNG를 중심으로 한 선박 수주와 유가가 회복돼야 실적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