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만났다.
유 부총리는 이날 이 총재와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오찬 간담회를 갖고 대내외적 경제난 속 정부와 중앙은행 간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 최경환 전 부총리도 취임 후 이주열 총재와 회동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두 사람 앞에 높인 한국 경제 상황은 과거 최경환 전 부총리와 이주열 총재가 회동할때와 차이가 있다.
최 전 부총리 취임 당시는 세월호 침몰 참사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로 인해 경기가 위축됐고, 경기 부양론자이자 여권 실세인 최 전 부총리는 한은에 금리 인하 등 경기부양을 위해 적극적인 정책공조를 요청했다.
이 총재도 경기 부양의 시급성을 인식했던 만큼 최 부총리의 요청을 외면할 수 없었다. 중앙은행 독립성 논란이 끊이지 않았지만, 꺼져가는 내수 회복의 불씨를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컸다.
주요 경제연구기관들이 일제히 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고 있는 상황에서 한은이 매파적인 금리 정책을 고수하는 것도 부담 이었다. 이런 사정을 감안한 듯 한은은 현 정부 들어 2013년 5월(2.5%), 2014년 8월(2.25%), 2014년 10월(2.0%), 2015년 3월(1.75%), 2015년 6월(1.5%) 등 모두 5차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지난해 3월 사상 최초로 기준금리를 1%대(1.75%)로 인하한 데 이어 6월에 다시 0.25%를 내려 현재 역대 최저인 1.5%를 유지하고 있다. 수요 부진과 경기침체에 대응한 통화당국의 금리 인하는 가계부채의 급증이라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현재로선 유 부총리와 이 총재의 경기 인식에는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는 걸로 보인다.
두 사람은 현 경제 상황과 관련 “미국, 중국 등 주요 2개국(G2) 리스크와 신흥국 불안에 북한 핵실험까지 겹치면서 매우 엄중해지고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기재부는 전했다. 글로벌 경제구조와 인구구조 변화, 내수기반 약화 등 구조적 문제를 극복해야 하는 시점이라는 진단도 공유했다.
이 총재는 평소 통화정책에 앞서 구조개혁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소비나 투자 부진은 구조적 영향이 강해 구조적 정책을 병행하지 않으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유일호 부총리는 취임사에서 “구조개혁과 경제활력을 최우선 과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제 상황에서 과거와 가장 다른 점은 통화정책의 측면에서 경기 부양을 위한 금리 인하의 경우 이미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에 도달한데다 미국의 금리 인상과 가계부채 관리 필요성 등으로 인해 추가 인하 여력이 별로 없다는 점이다.
또 현재의 한국경제가 아무리 금리를 낮춰도 돈이 실물로 가지 않고 빙빙 도는 ‘유동성 함정’에 빠진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주열 총재도 “금리 인하 효과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가 예전만 못한 것은 맞다”며 “다만 금리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시차를 두고 나타난다”며 좀 더 기다려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두 인사는 이날 정부와 한은이 우리나라 경제운용 양대 축으로 서로 호흡을 맞춰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관리하고, 경제가 재도약 할 수 있도록 경제정책과 통화정책을 조화롭게 운용토록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하지만 내수 부진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수출 경기마저 좋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과연 어떤 공조를 펼칠 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