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저가제품들이 국내 IT기기 시장을 점령해 나가고 있는 가운데, 블루투스 음향기기 분야에선 가격보다 성능을 우선한 제품 구매가 이뤄지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29일 가격비교 사이트 에누리 가격 비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선 LG가 48.6%로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다음으로는 삼성이 28.6%로 2위를 차지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선전이 돋보였다.
특히, LG는 블루투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실제 LG의 넥밴드형 헤드셋이 시장에서 인기를 얻자, 다른 제조사들도 너도나도 블루투스 헤드셋을 넥밴드형으로 내놓고 있다.
반면, 저가형 제품들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국업체 QCY만이 약 3%의 점유율로 순위권에 들었고, 샤오미조차 블루투스 헤드셋 시장에서는 두각을 보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에누리가격비교 헤드셋 담당 강인호 CM은 “블루투스 헤드셋 제품은 고음질과 부가기능이 구매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기본기능 위주의 저가형 제품보다 향상된 음질과 다양한 부가기능을 탑재한 국내 기업 제품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에서도 전통의 음향기기 강자들이 선전하고 있다. 에누리 가격 비교에 따르면 올해 국내 블루투스 스피커 시장에서는 판매량 기준으로 노벨뷰·삼지아이티·샤오미 등이 각각 1위부터 3위까지를 차지했다. 하지만 매출액 기준으로 비교하면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온다. 소니와 보스가 각각 18.8%, 15.2%의 점유율로 1, 2위를 차지한 것. 반면, 판매량 1위였던 노벨뷰는 매출액 기준으로 하면 시장점유율 12%로, 3위에 그쳤다.
에누리 가격 비교 블루투스 스피커 담당 이윤지 CM은 “음악 감상용으로 블루투스 스피커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많은데, 이런 사람들은 뛰어난 음질을 자랑하는 오디오 전문 브랜드 소니·보스의 20만~30만원대 고가형 제품을 선호한다”며 “현재 블루투스 시장은 저가형과 고가형이 철저한 양극화를 보여주면서 서로의 시장을 확고하게 지켜나가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최근 국내 IT기기 시장에서 저가 중국산 제품들이 득세하고 있는 가운데, 블루투스 기기 시장은 반대로 움직이는 걸 두고 앞으로 중국산 IT 제품에 대한 업계의 대응법을 알려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이 주도하는 저가형 제품은 충실한 기본 기능과 저렴한 가격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는데, 이와 경쟁하기 위해서는 차별화된 전략이 필요하다”며 “블루투스 시장과 같이 저가형 제품과 비교해 확실한 성능 우위를 보여준다면 소비자는 가격이 저렴하지 않더라도 기꺼이 지갑을 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