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자본잠식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에 나서며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증자가 성공한데도 향후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 여부는 주요 주주사의 숙제로 남을 전망이다.
지난 8일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잠식 해소를 위해 신주 1억5600만주를 발행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다. 증자는 주주배정 후 실권주에 대해 일반 공모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신주 예정 발행가는 주당 7700원이며, 1주당 신주 배정 주식수는 3.3751657주다. 우리사주조합원 우선 배정 비율은 20%, 신주 상장 예정일은 내년 3월 2일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번 유증 과정에서 기존 주주의 미청약분이 발생할 경우 최대 3000억원 한도 내에서 일반 공모에 참여하기로 했다.
증권가는 이재용 부회장의 참여로 이번 증자의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이재용 부회장의 사재 투입으로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 성공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 부회장이 대주주가 아님에도 유상증자에 참여함에 따라 향후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기대감도 높일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이 사재를 털며 실권주는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삼성엔지니어링의 이번 증자에는 주요주주인 삼성SDI(13.1%)와 삼성물산(7.8%), 삼성화재(1.1%)가 참여한다. 이들은 실권주에 대한 20% 초과 청약이 가능하다.
키움증권에 따르면 우리사주조합(20%)을 포함한 주요주주가 최대로 신주를 배정 받을 수 있는 물량은 총 6683만여주로 발행 신주의 42.8%를 차지한다. 여기에 이재용 부회장이 증자에 참여하면 발행 신주의 67.8%(1억5792여주)를 확보하게 된다. 이에 따라 삼성엔지니어링은 발행 신주의 32.3%(5020여주), 금액 기준으로는 3866억원만 일반 공모를 통해 조달하면 된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에 나서며 주요주주인 삼성SDI와 삼성물산도 재무 부담 우려를 벗었다. 이경자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SDI와 삼성물산은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삼성엔지니어링 증자와 관련한 실권주 인수 부담 우려로 최근 주가가 하락했다”며 “이재용 부회장의 증자 참여로 이들 회사의 대규모 자금 소요 우려도 완화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중요한 것은 증자 이후 삼성엔지니어링의 경영 정상화 여부다. 삼성엔지니어링은 해외 공사 부실에 따른 대규모 적자로 자본잠식에 빠졌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올 3분기 1조5127억 원의 적자를 내면서 자본총계가 1조334억에서 마이너스 3746억원으로 감소해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라진성 키움증권 연구원은 “삼성엔지니어링은 오너의 참여로 증자 성공 가능성이 높아졌다”면서도 “저유가 추세와 아직 진행중인 현안 프로젝트 등을 감안하면 여전히 경영 정상화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조윤호 동부증권 연구원은 “산유국 재정문제로 플랜트 발주 시장은 여전히 불확실하다”며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잠식 상태는 벗어날 수 있겠지만 턴어라운드(실적 개선)에 대한 신뢰도는 낮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엔지니어링 구하기에 나서며 이날 주가는 전일대비 20.43%(2900원) 오른 1만68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삼성SDI와 삼성물산도 가각 2.53%, 0.35% 오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