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연봉제는 금융당국이 금융개혁의 연장선상에서 은행권의 임금체계를 성과주의 중심으로 바꾸기 위해 도입을 유도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주문한 은행 임금체계 개편의 본질은 ‘비용 절감’이다. 은행 수익성 지표인 당기순이익, 총자산순이익률(ROA)이 계속 하락하는 현실에 맞게 임금 수준도 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권의 임금체계는 근무 기간에 따라 급여가 올라가는 호봉제 비율이 다른 산업에 비해 높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전체 산업의 임금 수준을 100%로 봤을 때 금융산업의 임금 수준은 지난해 기준 140% 정도다. 은행의 호봉제 도입 비율은 91.8%로 전체 산업 60.2%보다 월등히 높다.
산업계는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성과연봉제를 빠르게 도입했다. 어려운 시기에 효과적인 인력구조조정을 위해 노사가 힘을 합쳐 연공형 임금체계를 과감히 버렸다.
반면 은행들은 성과주의가 업종 특성상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도입을 차일피일 미뤘다. 경기 상황, 은행의 수익성과 관계없이 은행원들의 월급 봉투는 매년 두툼해졌다. 이러한 호봉제 탓에 ‘놀고먹는다’는 이른바 ‘신의 직장’이라는 비아냥거림의 대상이 됐다.
은행권의 임금체계에 변화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현재 대부분의 은행이 기본연봉에 성과급을 더한 변형된 연봉제를 적용 중이다. 평가에 따라 기본연봉이 줄어드는 형식상 연봉제이지만, 성과가 승진 등의 인사제도에 적용될 뿐 임금 삭감이 거의 드문 사실상 호봉제다.
그나마 성과급도 개별이 아닌 집단성과급의 형태를 띠고 있다. 개인 업무 역량이 뒤처지더라도 조직(지점)이 성과를 내면 보상을 받는 시스템이다. 저성과자도 성과급을 받는 이러한 불합리한 임금체계는 금융당국이 성과연봉제 카드를 꺼낸 주된 이유다.
그러나 성과연봉제는 암초가 곳곳에 숨어 있어 언제 걸려 넘어질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이다.
우선 임금체계는 기본적으로 노사가 협의에 의해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안인 만큼 험난한 길이 예상된다.
특히 금융노조가 성과주의 도입에 대한 총력 저지 투쟁에 나설 것을 천명하는 등 벌써부터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노조가 이렇게 발끈하는 이유는 성과연봉제가 감원의 수단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판단에서다. 아울러 성과연봉제가 고임금·저효율을 개선하기보다 노동 강도를 높이고 노동시간을 늘릴 뿐 실제로 은행의 성과를 향상시킨다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현실성 있는 성과평가지표가 필요하다. 대출, 예금, 상담 등 한 지점 내에서도 은행원들의 업무가 제각각이고, 개인이 독단적으로 수행하는 업무가 많지 않은 만큼 지금의 획일적인 평가제도는 맞지 않다. 형평성에 맞게 업무 특성 별로 평가 항목을 세분화해 계수화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일단 성과연봉제를 도입하고 보자는 식의 성급한 접근은 갈등만 더욱 부추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