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의무휴업일을 지정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대형마트 업계가 한숨을 내쉬었다.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이번 판결로 규제 관련 이슈가 사실상 종식돼 더 나은 상생방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쉽다는 반응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대법관 김창석)는 19일 대형마트 6개사가 서울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상대로 낸 '영업시간 제한 등 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형마트 규제의 위법 여부에 대한 대법원의 판단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소송에 참여한 대형마트는 롯데쇼핑㈜, ㈜에브리데이리테일, ㈜주식회사 이마트, ㈜지에스리테일, 홈플러스㈜, 홈플러스테스코㈜ 등 6곳이다. 지자체와 대형마트의 소송은 2012년 1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으로 대형마트 의무휴업 조항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지자체들은 신설 조항에 따라 '자치단체장은 오전 0∼8시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둘째ㆍ넷째주 일요일을 의무휴업일로 지정해야 한다'는 내용의 조례를 공포하고 대형마트의 영업을 제한했다. 잇따른 소송에서 법원은 조례가 자치단체장의 재량권을 박탈해 위법하다는 취지로 대형마트의 손을 들어줬다. 영업제한이 정당한지보다는 조례의 절차적 위법성을 지적한 판결이었다.
지자체들은 영업 제한을 '해야 한다'에서 '할 수 있다'로 조례를 개정했다. 이후 제기된 소송에서는 지자체들이 잇따라 승소했다. 결국 대법원까지 간 대형마트 규제의 위법 여부는 이번 판결로 사실상 마무리될 전망이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좋은 취지로 시작된 영업 규제가 본래의 목적은 잃어버린 채 사실상 대형마트의 성장만 저해하고 있다"며 "그동안의 법적 분쟁을 겪으면서, 사실상 큰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아쉬움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대법원의 결정을 받아들여야 하지만, 진정한 중소상인과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 수 없다는 사실이 아쉬울 뿐"이라며 "그간의 규제들을 통해 중소상인들이 실제로 효과를 봤는지 검증해야하는 데, 진정한 상생을 고민하기는 커녕 규제에만 목을 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관계자는 추가 규제에 대한 우려도 보였다. 최근 정치권은 기존 규제조치를 강화하거나 규제 범위와 강도를 확대하는 법안들을 쏟아냈다. 올해 들어서만 10여 건의 관련법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관계자는 "의무휴업일을 매월 이틀에서 나흘로 늘리는 안을 비롯해 의무휴업 위반 시 1개월 이내의 영업정지 명령을 지키지 않을 경우 등록을 취소할 수 있게 하거나 과태료 상한을 기존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 조정하는 안 등 수많은 법안들이 발의됐다"며 "추가 규제는 성장의 발목만 잡을 뿐이며, 머리를 맞대고 진정한 상생방안 만들기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국회는 지난 12일 본회의를 열고 전통시장 주변에 대형마트의 입점을 금지하는 현행 규제를 앞으로 5년 연장하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전통상업보존구역의 존속기한을 5년 연장하도록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됨에 따라 2020년 11월까지는 전통시장 1㎞ 이내에대형마트가 진입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