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디스플레이가 생산효율화 작업에 나섰다. 중국 물량공세에 따른 공급과잉과 시장수요 감소가 맞물리면서, 글로벌 LCD 패널 시장이 전망이 어두워지면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노후 생산라인을 정리해 라인효율을 높이는 한편, 시장 선두 지위 유지를 위한 사업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지난달 말 충남 천안 5세대(1100×1300㎜) LCD(액정표시장치) 생산라인 L5 가동을 중단하고, 유휴 장비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노후화된 라인 정리를 통해 생산효율을 높이고, 나아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원장 크기가 조금 더 큰 5세대 L6라인에서 기존 L5라인의 노트북, 모니터, 태블릿 등 IT제품용 LCD를 생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작용했다.
지난 2002년 가동을 시작해 10년이 넘은 L5라인은 시설이 노후화됐다. 효율이 떨어지는 노후라인은 정리하고, 원장 크기를 키워나가는 것(세대를 높이는 것)이 디스플레이 업계의 일반적 수순이다.
업계 관계자는 “패널 생산라인의 내구연한이 정해져 있지는 않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와 주요제품의 생산현황에 따라 생산라인의 연한이 결정된다”며 “설비 기술이 발달한 만큼, 최근 라인 대비 노후화된 라인의 생산효율이 현격히 떨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과거 L1~L4 생산라인을 이미 정리했다. 경기도 기흥에 있는 L1라인은 현재 연구라인으로 이용 중이며, 지난해에는 천안 4세대 L4라인 가동을 중단하고 장비를 중국 LCD 업체 트룰리에 매각했다.
현재 L5라인 용도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재활용할 수 있는 설비를 제외한 나머지 설비를 매각하고, 추후 L5라인의 용처를 결정할 계획이다.
삼성디스플레이의 라인 정리 작업은 LCD 경쟁력 향상을 위한 포석이다. 올 하반기 경기침체에 따른 세트 판매 감소로 LCD TV 패널 수요가 급감하면서 내년 패널 시장 전망은 좋지 않다. 여기에 중국 최대 패널 업체 BOE가 삼성디스플레이 8세대(2200×2500㎜)보다 2배 가까이 큰 10.5세대(3370×2940㎜) 패널공장 설립을 발표하면서, 향후 LCD 패널 가격하락 속도는 더욱 가파를 것이란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IHS에 따르면 올 3분기 중국 TV 제조사들이 패널구매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했다. 1분기 25%에서 2분기 6%로 성장폭이 급감한데 이어 3분기 역성장한 것으로, 4분기에는 16% 감소가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내부적으로 향후 사업 및 투자 방향에 대해 고민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투자 큰그림은 10세대급 LCD에 대한 투자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는 OLED에 대한 투자 등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현재 L6~L8 LCD 패널공장과 A1~A3 OLED 패널 공장을 가동 중이다. L6는 IT제품용, L7~8은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A1은 플랫, A2는 플랫·플렉서블, A3는 플렉서블 OLED 패널을 양산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LCD 패널 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5조원 수준의 대규모 투자를 섣불리 결정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중소형 OLED 패널에 대해서는 경쟁력 강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