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릭 한 번으로 주거래 은행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계좌이동제가 오늘(30일) 오전 9시부터 시작됐습니다. 자동이체 통합관리 사이트인 ‘페이인포’(www.payunfo.co.kr)는 몰려드는 이용자들로 접속이 어려울 정돈데요.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이체 규모는 26억건이나 됩니다. 돈으로 따지면 800조원에 달하죠. 거대시장 공략에 나선 은행들은 ‘남의 집토끼’를 빼앗기 위해 1% 우대금리와 수수료 면제 키워드를 내걸고 고객들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섣불리 움직이면 큰코 다칩니다.
계좌이동제 의미부터 알아볼까요. 저는 S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고 있습니다. 월급통장이 있기 때문이죠. 매달 10일 월급을 받으면 15일 보험료ㆍ관리비, 20일 카드 값ㆍ대출이자가 자동으로 빠져나갑니다. 아! 적금과 펀드도 있군요.
그런데 만약 제가 타 회사로 이직하게 되면 전 주거래 은행을 K은행으로 바꿔야 합니다(물론 가정입니다). 그럼 전 요금청구기관에 일일이 전화해 자동이체 신청을 다시 해야 합니다. 매우 불편하죠. 그래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를 옮기지 않는 이상 주거래은행을 바꾸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계좌이동제는 이 같은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습니다. 페이인포 홈페이지에서 자신의 자동이체 정보를 일괄 조회하고 클릭 한 번으로 관련 내용을 변경 또는 해지 할 수 있습니다. 회원가입도 필요 없고 수수료도 공짜입니다. 내년에는 증권사, 저축은행으로 확대되고 스마트폰에서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서비스 이용이 편해지는데다 은행들이 고객 잡겠다고 금리까지 더해주니 고객 입장에서는 ‘꿩 먹고 알 먹고’입니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서 계좌이동제가 득(得)이 아닌 실(失)이 될 수 있습니다. 우선 주거래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고 있다면 계좌이동을 신중히 생각해야 합니다. 은행들은 대출 금리를 산정할 때 급여이체나 신용카드, 예ㆍ적금 거래 실적에 따라 0.5~0.9%를 할인해 줍니다. 만약 주거래은행을 옮기면 대출금리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수수료 할인 혜택도 꼼꼼히 따져봐야 하는데요. 은행들이 광고에 큼지막하게 적어 놓은 ‘무제한 수수료 면제’ 혜택을 받기 위해선 몇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지정된 카드사 실적이 대표적이죠. 이 외에는 면제나 할인 횟수가 5~10회 정도로 제한적입니다.
우대금리를 주는 기간도 확인해야 합니다. 6개월, 1년 등 일정 기간만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죠. 그 기간이 지나면 계좌이동 효과가 사라집니다. 또 주거래 은행을 오랫동안 이용한 장기 고객이라면 지금 받고 있는 혜택과 계좌이동시 받는 혜택을 비교해봐야 합니다.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면 계좌를 이동하는 게 좋습니다. 금리도 올려주고, 혜택도 많은데 안 옮길 이유가 없죠.
KB국민은행은 계좌이동제에 대비해 ‘KB국민ONE라이프 컬렉션’을 내놓았고 신한은행은 ‘주거래 우대 통장ㆍ적금 패키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KEB하나은행은 ‘행복투게더 패키지’, 우리은행은 ‘웰리치 주거래 패키지’, NH농협은행은 ‘주거래 고객 우대 패키지’를 각각 출시했고요.
이제 주거래은행을 옮겨야 할지, 말아야 할지 감이 오시나요? 계좌이동제, 꼼꼼하게 비교해서 똑똑하게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