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신안군 팔금도에 배우 박유천의 이름을 딴 ‘박유천 도서관 3호점’이 개관했습니다. 박유천의 한 팬 커뮤니티가 창립 5주년을 맞아 현금 1000만원과 책 6950여권을 기부한 건데요. 30세 이상 팬들로 결성된 이 모임은 지난 2013년부터 3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얼마 전 가수 션의 팬은 익명으로 장애 어린이 재활병원에 1억원을 기부했죠. 서태지와 아이유, 소녀시대, 엑소(EXO) 팬들은 십시일반 돈을 모아 여의도에 스타 이름으로 된 ‘숲’을 마련했고요.
이 같은 팬들의 선행을 일명 ‘기부 조공’이라고 부릅니다. 말 그대로 기부와 조공(스타에게 보내는 선물)이 합쳐진 단어입니다.
HOT와 젝스키스가 큰 인기를 끌던 1990년 후반까지만 해도 팬들은 대부분 중고생이었습니다. 돈이 없었죠. 그래서 팬들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 종이학을 접고 초상화를 그렸습니다. 용돈 좀 받는 친구들은 액세서리나 화장품처럼 좀 더 실용적인 것들을 선물했습니다.
이처럼 검소한(?) 조공은 2000년대 경제력을 갖춘 이모와 삼촌 팬들이 가세하면서 그 규모가 커지게 됩니다. 전자제품은 기본이고요. 수 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가방도 선물합니다. 심지어 슈퍼카를 선물하기 위해 조공 계획을 세운 팬 커뮤니티도 있습니다.
이처럼 조공 규모가 커지자 사람들은 팬들을 욕하기 시작했습니다. “돈 XX이다”, “부모한테나 잘해라”, “너희들이 그런다고 OO가 알아줄 것 같으냐”라고 말이죠. 선물을 받는 스타에게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졌습니다.
이에 팬들은 고민하기 시작합니다. “우리 오빠ㆍ누나 욕먹는 건 못 참아!” 팬심을 발휘한거죠. 스타의 가치를 높이는 방법을 궁리하던 팬들은 ‘오빠’와 ‘누나’의 이름으로 사회공헌을 시작합니다. 이것이 바로 기부 조공의 배경입니다.
모든 팬들이 이처럼 훈훈한 마음을 가지면 얼마나 좋을까요. 선과 악은 공존할 수 없나 봅니다. 착한 팬들이 스타의 이름값을 높이려고 노력하고 있는 데 반해 일부 팬들은 스타를 괴롭힙니다. 사생팬이죠.
얼마 전 배우 조인성 집에 사생팬이 무단으로 침입한 사건이 있었죠. 가수 정용화와 이현우도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하네요. 슈퍼주니어 한 팬은 숙소에 몰래 들어와 멤버들의 속옷을 펼쳐놓고 사진을 찍었고요. 동방신기 최강창민은 전화번호를 바꾼 지 5분 만에 “번호 바꿨네요”라는 소름 끼치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사생팬들이 사생범(犯)으로 불리는 이유입니다.
“사랑에는 늘 어느 정도 광기가 있다. 그러나 광기에도 늘 어느 정도 이성은 있다”란 말이 있습니다. 독일의 철학자 니체의 명언이죠.
사생범과 기부 조공의 본질은 하나입니다. 스타에 대한 사랑이죠. 그러나 그것이 광기로 표출되느냐, 이성으로 제어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그 차이는 하늘과 땅이죠.
팬 여러분! ‘오빠’, ‘누나’에게 사랑 받고 싶으세요? 이제 이성을 찾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