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의 ‘경영 3세 시대’가 열렸다. 사조그룹은 올해 들어 계열사간 지분 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면서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계열사별 최대주주(지배 주체)를 명확히 하면서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지홍 사조대림 총괄본부장<사진ㆍ38>의 영향력이 한층 강화됐다. 최근에는 잇단 지분 변동을 통해 실질적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산업에 대한 주 본부장의 직ㆍ간접적 영향력이 20%를 넘어서 사실상 경영권을 승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주 본부장이 그룹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 3월 정기주총 시즌에 사조대림ㆍ사조오양ㆍ사조해표ㆍ사조씨푸드 등 주력 계열사의 등기이사에 오른 후 부터다. 2006년 경영 수업을 시작한 뒤로 상장계열사 등기이사직에 오른 것은 당시가 처음이다. 연세대 사회학과, 미국 미시건 앤아버 MBA를 졸업한 주 본부장은 컨설팅업체인 베어링포인트에 재직하다 2006년 비상장계열사인 사조인터내셔날에 입사했다.
그동안 차남 주제홍씨가 경영 승계 중심에 섰지만, 러시아에서 사고로 사망한 뒤 주 본부장이 동생의 지분을 대부분 승계하며 그룹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다.
주 본부장이 등기이사에 오르면서 경영 승계의 서막을 알린 이후 사조그룹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계열사간 잇단 지분 정리ㆍ변동을 통해 사조그룹은 사조시스템즈를 정점으로 사조산업→사조대림→사조오양으로 이어지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완성했다.
이 같은 지배구조를 형성한 이후 주 회장은 지난 19일 사조산업 주식 50만주(10%)를 시간외 매매거래를 통해 주당 6만6000원씩 총 330억원을 받고 사조시스템즈에 넘겼다. 이에 주회장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29.94%에서 19.94%로 줄었다. 반면 사조시스템즈는 지분 11.97%를 보유해 주 회장에 이어 사조산업의 2대주주가 됐다.
주목할 점은 사조시스템즈는 주 본부장이 지분 51%를 갖고 있는 곳이란 점이다. 이는 주 본부장이 그룹을 사실상 장악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같은날 사조해표도 사조산업의 주식 25만주를 시간외 거래를 통해 팔았고, 이중 10만주를 주 본부장이 사들였다. 나머지 15만주도 사조시스템즈가 주주로 있는 계열사 캐슬렉스제주가 받았다.
이에 따라 주 본부장의 사조산업 지분율은 1.87%에서 3.87%로 늘었다. 주 본부장은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분에 사조시스템즈 보유지분(11.97%), 본인이 대주주(47.28%)인 사조인터내셔널 보유지분(6.78%)을 합치면 사조산업 지분이 22.62%에 달해 사실상 그룹을 진두지휘할 수 있는 영향력을 갖게 됐다.
앞서 사조그룹은 사조오양과 사조남부햄의 합병을 결의했다. 사조남부햄 지분 91.08%를 가진 사조대림은 합병이 완료되면 사조오양 지분 58.19%를 보유하게 된다.
회사가 밝힌 합병의 이유는 시너지 효과와 경영 효율성 제고이지만, 전문가들은 주 본부장의 지배력이 탄탄해진 것에 주목했다. 합병이 완료되면 주 본부장이 사조오양 지분 약 5%를 손에 쥔다. 결론적으로 합병을 통해 사조오양과 사조남부햄 합병법인에 대한 주 본부장의 경영권 확보는 한층 탄탄해지게 되는 구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