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주인공의 캐릭터 소재로까지 등장한 곤충이 최근 큰 주목을 받고 있다. 곤충의 쓰임새를 보면 지구를 지키는 앤트맨만큼이나 앞으로 우리 인류에게 큰 값어치를 할 것으로 보인다. 곤충에서 발굴한 물질이 신약의 핵심 성분으로, 그리고 곤충이 갖는 풍부한 영양소는 우리 식탁의 먹을거리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자연생태계 일부로만 여겨왔던 곤충이 식의약 소재로 대변신을 하고 있는 것이다.
곤충은 세균 등이 침입하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생체방어 물질인 항균 펩타이드를 분비한다. 이 항균 펩타이드는 항균 활성을 갖는 작은 단백질로, 기존 항생제에 내성이 있는 균에도 항균력이 뛰어나다. 또 새로운 내성균의 출현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차세대 항생물질로 각광을 받고 있다.
농촌진흥청에서는 2012년 애기뿔쇠똥구리에서 이 항균 펩타이드를 개발해냈다. ‘코프리신’이란 이름이 붙여진 이 물질은 인체에 해로운 구강균, 피부포도상균, 여드름 원인균 등에 대해 강한 항균 활성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장내에서 급성 위막성 대장염을 일으키는 균에도 탁월한 항균 효과를 보였다. 현재 코프리신을 이용한 피부친화성 화장품이 개발돼 판매 중이며, 장염 치료를 위한 의약 소재 개발 연구도 추진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생물분류상 정확히 곤충은 아니지만 같은 절지동물로, 민간 약제로 이용돼 온 왕지네에서 아토피 치유에 효능이 있는 항균 펩타이드를 개발해내는 데 성공했다. 왕지네의 학명을 따라 ‘스콜로펜드라신Ⅰ’이라고 명명된 이 물질은 동물실험과 세포실험에서 아토피성 피부염 치유에 효능이 탁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이 물질을 이용해 아토피 치유를 위한 화장품이나 의약품 등이 개발될 경우 아토피로 고생하는 많은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의약 소재만큼이나 주목받는 분야가 바로 식품 소재다. 곤충은 소나 돼지, 닭과 같은 육류와 비교해도 영양적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다. 단백질 함유량은 육류에 버금가며 철, 아연, 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도 풍부하고 비타민, 식이섬유도 함유하고 있다. 작지만 풍부한 ‘영양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유엔 산하 식량농업기구(FAO)에서는 미래 인류의 식량난을 해결해 줄 대안으로 곤충을 지목하고 있다.
현재 많은 나라에서 곤충을 식품 소재로 사용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옥수수조명나방과 누에 등으로 통조림을 만들어 팔고 있으며, 프랑스에서도 메뚜기, 개미 등으로 고단백 식품을 만들고 있다. 뉴욕의 일부 식당에는 말린 메뚜기를 넣은 타코를 팔고 있고, 멕시코에서는 60여 종의 곤충으로 통조림이나 과자, 사탕 등을 만들어 수출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예전부터 메뚜기와 누에 번데기를 먹었다. 여기에 더하여 현재 갈색거저리 애벌레,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 그리고 장수풍뎅이 애벌레가 한시적 식품원료로 인정을 받아 먹을 수 있게 됐다. 이것들 모두 최근 농촌진흥청이 곤충의 식용화를 위해 과학적 안전성을 입증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한시적으로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인정받은 것이다. 더불어 식용 곤충에 대한 소비자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대국민 공모를 통해 갈색거저리 애벌레는 ‘고소애’, 흰점박이꽃무지 애벌레는 ‘꽃벵이’라는 애칭도 붙였다. 또 식용 곤충을 이용한 다양한 조리법과 메뉴도 개발하고 있는데, 조만간 유아나 노인, 환자 등을 위한 특수의료용 식품도 선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구상에 사는 곤충은 무려 130만 종이나 된다. 지상 최대의 미개발 자원 중 하나다. 앞으로 곤충이 갖는 다양한 가치를 발굴해 활용한다면 곤충이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다. 바야흐로 곤충이 선사하는 새로운 미래가 활짝 열리고 있다. 영화 속 앤트맨도 실제 곤충의 무한한 가치를 안다면 깜짝 놀라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