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그룹 경영권을 놓고 형제간 집안 다툼이 잠시 소강 상태에 들어갔다.
5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본사로 출근해 밀린 보고와 업무를 챙기는데 시간을 할애 중이다. 3일 귀국 후 부지런히 현장을 찾아 내부 다잡기에 나섰던 행보를 멈춘 것이다.
롯데그룹 측도 민·관·정이 함께 ‘롯데를 손봐야한다’는 목소리를 높이자, 빗발치는 여론을 달랠 자구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불거지고 있는 국적 논란과 롯데를 향한 싸늘한 시각을 해소하기 위한 새로운 전략 모색 시간을 갖는 숨고르기에 들어간 모양새다.
재계에서는 신 회장이 귀국하자마자 아버지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와 신입사원 교육이 진행되는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을 찾은 것은 폭로 여론전을 펼쳤던 형과 달리 경영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해석했다.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숨긴 것과 반대로 경영권 분쟁이 터지자 언론에 자신의 스케줄을 공개하면서 내부를 추스리고 외부에도 흔들림없는 모습을 보여줄 필요에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민과 정치권, 정부 사정기관이 롯데를 정조준하자 대책 마련을 위해 숨고르기에 나섰다는 얘기도 나온다. ‘롯데는 일본기업’이라는 비난부터 신격호 총괄회장의 ‘손가락 경영’ 등 후진적 경영 행태가 도마에 오르면서 이를 해결할 카드 마련에 고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와 음성,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친 것과는 대조적인 행보다. 재계에서는 신 전 부회장이 아버지의 측근에서 여론의 동향을 살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일본어 인터뷰와 공개된 가족간 대화가 일본어라는 이유로 역풍을 맞고 있다. 한국 재계 순의 5위의 롯데그룹 총소의 장남이 일본어로 모든 업무를 처리하는 것에 대해 국민적 반감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신 총괄회장의 해임지시서도 문서의 효력 보다는 전근대적 경영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런 상황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간 또다른 후폭풍에 시달릴 수 있다고 보고 일단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아버지 곁에서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했을 수도 있다.
반면 주주총회와 법적 소송 등 일전에 대비해 국내 우호세력 결집 등 물밑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추정도 가능하다.
재계 관계자는 “지금 롯데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상황을 맞고 있다”며 “경영권을 잡기 위해 형제가 이전투구를 계속한다면 그룹의 생사를 걱정해야할 지경까지 내몰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롯데 경영권 분쟁이 막장극으로 치닫자 검찰과 국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관세청 등 정부 사정기관과 롯데 주력인 면세점 특허권을 쥐고 있는 부처가 나서며 롯데를 전방위 압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