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생각] 7월 5일 金樽美酒(금준미주)
금으로 된 동이에 담긴 좋은 술
임철순 주필 겸 미래설계연구원장
금준미주(金樽美酒)는 금으로 된 동이에 담긴 좋은 술이다. 말만 들어도 침이 넘어간다. 그런데 이게 술이 아니라 피라고? 춘향전에 나오는 아래 시는 탐관오리들의 착취로 인한 민중의 고통을 이야기한다. 이몽룡의 어사 출도 대목에 나온다.
“금동이에 담긴 향기로운 술은 뭇 사람의 피요/옥쟁반의 맛 좋은 안주는 일만 백성의 기름이라/촛불 눈물 떨어질 때 백성 눈물 떨어지고/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망소리 드높다.”[金樽美酒千人血 玉盤佳肴萬姓膏 燭淚落時民淚落 歌聲高處怨聲高]
그런데 이몽룡의 실제 모델이 있다고 한다. 경북 봉화 출신의 청백리 계서(溪西) 성이성(成以性·1595~1664)이다. 경북도는 지난해 9월 26~30일 봉화 송이축제 기간에 ‘청백리 계서 성이성 유물 특별전시회’를 열었다. 계서 종택이 소장 중인 유품 700여 점을 기탁 받아 400여 년 만에 공개한 것이다. 유물로는 성이성의 어사화와 어사 출도 당시 사용한 얼굴 가리개인 사선(紗扇), 계서선생문집과 저서인 계서유사 등이 있다. 계서는 청소년기에 아버지 성안의(成安義)가 남원부사로 재직했으며, 1627년(인조 5년) 문과에 급제해 사간원 사간, 홍문관 교리와 응교, 경상 호서 호남지역의 암행어사를 네 번 역임했다.
성이성의 4대손 성섭(成涉)의 ‘교와문고(僑窩文藁)’에는 “고조께서 호남지방을 암행해 한 곳에 이르니, 12읍 수령들이 큰 잔치를 베풀어 술판이 낭자하고 기생의 노래가 한창이었다. 수의어사로 걸인 행색으로 들어가 지필을 달라 해 ‘동이의 술은 천 사람의 피요/소반의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촛농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노랫소리 높은 곳에 원성소리 높더라’고 쓰니 서리의 어사 출도가 외쳐졌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런데 계서의 시는 금준미주가 아니라 준중미주(樽中美酒)로 시작된다. 나머지는 다 같다. fusedtr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