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환산주가가 지난 10일 이후 900만원대 밑으로 떨어졌다. 제일모직은 환산주가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제일모직 환산주가는 지난 10일 892만5000원으로 지난주 내내 900만원 밑에서 맴돌았다. 환산주가란 특정 액면가를 기준으로 각 종목의 주가를 환산한 것이다.
제일모직은 지난 4월 792만5000원에서 5월 900만원대까지 환산주가가 꾸준히 오르며 4개월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러나 지난 4일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에 반대한 뒤 10일 환산주가 900만원대가 무너졌다.
앞서 김철범 한화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삼성그룹이 오는 7월 17일 열리는 주주총회 표대결에서 이기기 쉽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삼성 측의 우호지분은 19.8%인데 비해 7.1%를 소유한 엘리엇 측에 우호적일 것으로 보이는 외국인 투자자 지분은 26.7%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특히 합병이 무산될 경우 김 센터장은 삼성물산 주식은 보유하되 제일모직은 차익실현을 권고했고, 합병이 성사되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모두 차익실현이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삼성물산과 합병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자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환산주가도 내려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후 대부분의 증권사에서 합병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지만 환산주가 900만원대로의 복귀는 요원한 모습이다.
특히 환산주가 2위인 SK C&C와 격차가 줄었다. 지난 4일 SK C&C는 687만5000원으로 제일모직(955만원)보다 267만5000원 낮았다. 그러나 약 2주가 지난 19일 SK C&C는 693만7500원으로 제일모직(872만5000원)과 격차가 178만7500원까지 줄었다. 이 기간 SK C&C 환산주가는 0.9%(6만2500원) 올랐지만 제일모직은 8.6%(82만5000원) 떨어진 탓이다.
한 지주사 담당 연구원은 “일부 합병 무산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제일모직의 변동성이 커졌다”며 “불확실성은 주가에 악재인데, 합병이 안 된다고 하면 밸류에이션이 높은 제일모직이 조정받을 수 있어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과 엘리엇 매니지먼트는 내달 17일 개최되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지난 19일 법정에서 ‘주주총회 소집결의금지 및 주식처분금지 가처분’ 심리를 가졌다. 심리 결론은 늦어도 주주총회소집통지 공고 직전인 다음달 1일까지 나올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