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개혁연대가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에 대해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시장의 신뢰를 잃었음은 물론 합병의 정당성까지 스스로 훼손한 최악의 한 수라는 평가다.
경제개혁연대는 11일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 결정은 오로지 지배주주의 이익을 위해 삼성물산 주주 전체의 재산인 자사주를 오용한 것”이라며 “투자자들과 대화하고 설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에서, 오히려 그 반대로 편법적인 방법을 동원한 대결 구도를 선택함으로써 시장의 신뢰를 잃었다”고 비판했다.
또 "자사주 처분을 통한 의결권 부활 시도는 삼성이 결코 꺼내 들지 말았어야 할 카드였음에도, 근시안적 시각에서 무리수를 둬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의 정당성을 한순간에 잃었다”며 “이재용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마저도 의구심의 대상이 되게 만들었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의 자사주 매각으로 KCC가 취득하게 될 5.76%의 의결권이 부활하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자사주 처분을 통한 의결권 부활행위의 적법성 여부에 대한 법원의 판단은 각 사안의 구체적 사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데, 삼성물산의 자사주 처분행위의 성격에 따라 의결권이 부활하지 않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것.
이러한 점에서 경제개혁연대는 삼성물산과 엘리엇 간의 분쟁이 과거 SK그룹과 소버린 간의 분쟁과 많은 면에서 닮아 있는 듯 보이지만,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SK-소버린 사건은 한판 대결을 가르는 게임(one-shot game)으로 자사주 처분이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 한 수가 될 수 있었으나, 삼성은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최종 목표로 향후에도 수많은 고비마다 비판과 도전에 직면하리란 평가다.
한편, 경제개혁연대는 삼성그룹의 백기사를 자처한 KCC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자사주 매입 가격이 합병 결정 당시 삼성물산의 기준시가보다 35%가량 높았다는 것. 합병이 그대로 성사되면 KCC는 동 합병비율에 따라 존속법인(신 삼성물산)의 지분을 취득하게 되므로, 현재 제일모직의 시가가 기준시가보다 10%가량 상승한 것을 고려하더라도 약 25%가량의 가치절하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경제개혁연대는 “자사주 취득이 ‘시너지 제고 및 전략적 제휴’인지는 몰라도, 과연 이러한 목적을 위해 삼성물산 자사주 6743억원어치를 매입하는 것이 타당한 결정인지 의문”이라며 “KCC는 비싼 값을 주고 삼성물산의 백기사를 자처한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발생하게 될 손해는 고스란히 KCC 주주들의 몫”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