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상 책 한 페이지 한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흔들리는 현대인들에게 삶의 중심을 잡아주고 위안을 선물해 주는 책이라는 후한 평가를 내리게 된다. 서문에서 책을 선택한 독자들에게 이런 확신을 심어준다. “이 얇은 책 한 권을 조용한 곳에서 천천히 읽기 바란다. 다 읽고 나면 시릴 정도로 차갑고 맑은 물로 세수한 듯한 상쾌한 기분이 들 것이다. 지금껏 품어왔던 사고방식과 가치관에서 벗어나 마치 새로 맞춘 안경을 낀 것처럼 사물이 또렷이 보일 것이다.”
책은 네 부분, 즉 △나를 나답게 지켜내는 힘 △인생이 감춰놓은 비밀 △머릿속 굳은살을 벗겨내면 △불안정한 삶을 각오하라로 구성된다.
안정을 간절히 구하는 사람이라면 쇼펜하우어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에서 설파한 한 문장에 주목해야 한다. “인생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안정을 추구하지 말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에도 삶은 본질적으로 불안정할 수밖에 없음을 기꺼이 받아들이게 되면 세상만사가 다르게 다가온다. 저자의 조언은 직설적이다. “불안정함이야말로 인생의 본질이라고 단단히 각오하라.” 이따금 주어지는 안정을 보너스로 생각하라는 이야기다.
미디어는 현대사회가 위험으로 가득 차 있음을 질타한다. 위험 사회를 넘어서 안심 사회, 즉 안심하며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저자는 욕먹을 각오로 “안심 사회는 그저 월급이나 받으면 그만이라는 식충이 같은 사람이 생각한 얼토당토않은 표어에 불과하다”고 비판한다.
그러면 저자가 바라보는 세상과 삶의 본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실제로는 누구나 죽기 직전까지 안심에 다다를 수 없다.” 왜 그럴까. 모든 것은 변화로부터 예외로 남아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파도가 존재하려면 넘실거려야 하는 것처럼 우리들도 움직여야만 세상에 존재한다.” 저자는 이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주고, 다른 곳에서 받고, 꾀하고 도전하며, 망했다가 재기하고, 쓰러졌다가 일어서고, 얼마간의 요행과 우연의 도움을 받고, 안간힘을 다해 희망을 형상화한다. 그 행위 어느 것 하나 불안하지 않은 것이 없다.”
저자의 주장들은 통념이나 고정관념과는 거리가 멀다. 그러나 이런 주장들을 새기고 자신의 것으로 체득하다 보면 마치 파도타기를 하는 것처럼 세상을 당차게 살아 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한두 번 넘어지면 어떠한가. 조금 덜 갖고 있으면 어떠한가. 세상이 어두컴컴한 곳이라고 다들 목소리를 높이면 어떠한가. 이런 모든 것을 뛰어넘을 수 있는 지혜는 통념과 이별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마음 푹 놓고 안심하며 할 수 있는 일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어린 시절에도 그저 가만히 앉아서 부모를 기다리는 일조차 불안하기 그지없었다.”
소책자임에도 독자들에게 욕먹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판단하고 책을 내놓은 저자의 용기가 대단하다. 어둡고 힘든 시간을 보내거나 마음이 편치 않아서 괴로워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에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