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5조원이 걸린 우리 정부와 론스타간 투자자-국가소송(ISD)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은행 매각 당시 론스타가 '산업자본'이었다는 점을 쟁점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산업자본' 이슈는 론스타의 가장 큰 약점이다.
전성인 홍익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22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론스타 ISD 긴급토론회'에서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인수하기 전부터 명백한 산업자본이었다"며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외환은행 대주주로서의 자격이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송기호·권영국·김성진 변호사, 전성인 홍익대 교수, 김득의 론스타 공동대책 위원회 집행위원장 등이 토론 패널로 참석했다.
전 교수에 따르면 2003년 외환은행 인수 당시 론스타는 극동건설(7662억원), 스타타워(6148억원), 미국 USDP(6815억원) 등 총 2조624억원의 산업자본을 보유하고 있었다. 금산분리 원칙에 따라 비금융회사 자산규모 합계가 2조원을 초과되면 은행 대주주 자격을 가질 수 없다.
전 교수는 "당시 감독당국은 이 부분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다"며 "대주주 자격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2003년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 승인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부터라도 론스타가 사넙자본이라는 전제하에 소송 전략을 수립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론스타가 사실을 누락하거나 왜곡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성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부소장은 "2003년 외환은행 지분 인수 다시 론스타가 금융당국에 제출했던 신고서에는 극동홀딩스, 스타홀딩 스 등 지배회사 목록이 빠져있다"며 "그러나 이번 중재 의향서에는 원고로서의 자신을 구성하는 것에 이 회사들을 포함시켰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스스로 자신들이 산업자본임을 인정하는 것"이라며 "매각스인 불허나 지연으로 손해를 봤다는 과세처분이 부당하다는 주장은 일고의 가치가 없다"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정부가 소송 진행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ISD는 정부와 론스타간 비밀유지약정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은 혈세 5조원이 걸린 만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국제투자분쟁중재센터(ICSID) 참관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거절당했다.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대부호 셰이크 만수르 회사가 우리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1800억원대 ISD도 비공개로 진행중이다.
송기호 변호사(민변 외교토상위원회 위원장)은 "2012년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론스타와 우리 정부 간 서면 공방이 이뤄졌지만 어떤 내용이 오갔는지 전혀 공개되지 않았다"며 정치권에 한국정부 참관 거부를 철회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론스타가 청와대에 비공개로 제안한 ISD 협상안도 공개하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심상정 정의당 원내대표는 "론스타가 청와대에 비공개로 ISD 협상안을 제안한 것으로 안다"며 "소송과정과 함께 협상안 내용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론스타는 앞서 한국 정부의 외환은행 매각 지연과 불합리한 과세로 무려 46억7900만 달러(한화 5조1000억원) 상당의 손해를 봤다며 2012년 11월 21일 ISCID에 중재를 신청했다. ISD는 지난 15일(현지시간) 오전 미국 워싱턴D.C.에서 개시됐으며, 심리는 오는 24일까지 열흘간 비공개로 진행된다.
또 만수르가 소유한 회사 UAE 국영 국제석유투자회사(IPIC)의 자회사인 '하노칼 인터내셔널'과 'IPIC 인터내셔널'도 현대오일뱅크 지분 매각에 대한 과세 문제로 지난달 30일(현지 시각) ICSID에 우리 정부를 상대로 1800억원 ISD를 신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