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등하겠다는 꿈을 내건 회사가 있다. 그러면서 성과를 달성하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선언하고,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가혹한 삭감과 구조조정을 시도한다. 조직에 ‘흥’이라는 것은 없다. 목표 달성과 채찍이 있을 뿐이다. 이러한 조직은 비록 첫해는 성과가 있을지 몰라도 그 다음해는 에너지가 소진돼버린 사람들로 회사가 기진맥진하는 경우가 많다. 인센티브는 더 이상 동기부여가 되기보다 정크푸드처럼 몸을 망친다. 지속가능성장에 실패한다.
동신유압이라는 사출성형기계회사가 있다. 2세 경영자인 김병구 대표는 ‘3거리 경영’을 강조한다. 즉, ‘즐길 거리’, ‘웃을 거리’, ‘희망 거리’를 직원들에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그래서 ‘꿈’과 ‘흥’이 있는 일터가 되었다. 희망 거리는 직원들의 꿈이 되었고 즐기고 웃을 거리는 흥이 되었다. 흥이 있는 조직일수록 구성원들은 외부적 인센티브에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 자발적 동기부여(inherent engagement)로 움직인다. 흥이 있을수록 구성원들은 계약적 존재에서 이념적 동지로 변신한다. 이념적 동지들이 협업을 시작하면 엄청난 메가시너지가 만들어진다, 그 결과 상상하기 어려웠던 성과가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동신유압은 매년 생산성과 매출액을 30% 이상 높여가고 있다. 이것이 동신유압의 흥의 효과가 아닐까. ‘흥’이 있도록 만들어가는 기업가들의 리더십이 한국형 기업가, 즉 K-기업가 리더십의 하나이다. 기업가란 돈을 주는 사람이 아니라 꿈을 주는 사람이다.
피터 드러커에 의하면 기업가란 변화를 찾고, 도전하며, 기회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기업가는 끊임없이 신성장동력을 만들어가는 꿈을 제시하고 직원들이 따라 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기업가가 꿈을 구성원들에게 제안하고 그 꿈을 함께 공유하기 시작하면, 직원들은 ‘흥’이 생긴다. 동신유압은 ‘4관 3려’로 이름 붙인 경영방침으로 직원들과 공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4관은 관심과 관찰, 관점 및 관계를 뜻하며 3려는 독려와 격려, 배려를 의미한다.
구성원들을 흥나고 춤추게 하라. 동신유압 종업원들은 업무에 더 몰입하고, 위대한 창조자로 변신하여 매년 신제품을 만들어낸다. 그러면 기업의 성과가 올라가기 시작한다. 동신유압은 경영 성과를 성과급, 회사유보, 배당 등으로 3분의 1씩 배분하는 ‘3·3·3 제도’를 2013년에 도입했다. 이런 선순환이 대한민국의 중소기업 종업원의 프라이드가 된다. 이것을 만들어내는 것이 한국형 기업가정신이다.
기업가는 늘 기업의 생존과 성장을 위해 꿈을 꿔야 한다. 자기만 꿈꾸고, 그 꿈을 위해 종업원을 희생시키는 종을 만드느냐, 종업원들과 공감하며 종업원을 주인이 되도록 만드느냐가 기업의 성과차이를 극명하게 만든다. 마이클 포터에 너무 익숙한 우리의 경영학은 SCP패러다임에 너무 익숙해 있다. Performance(성과)는 Conduct(행동)를 따르지만, Conduct(행동)는 Structure(구조)를 따른다는 것이다. 결국 구조가 결정되면 기업의 성과는 이미 결정되어 버린다. 행동은 기능할 틈이 없다. 매력적인 구조를 만드는 전략에만 관심이 있다. 행동은 구조를 따른다고 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위긴스와 루에플리의 연구에 의하면 이렇게 해서 지속적으로 경쟁우위를 실현하고 있는 기업은 미국 전체의 2-5%에 불과하다고 한다. 게다가 한국의 대다수 기업들은 선도자로서 시장구조를 만들어가기보다는 추종자로서 경쟁해야 하는 기업들이다. 그러므로 K경영학에서는 ‘행동’ 요소가 더 중요하다. 구조에 의해 결정된 정태적, 수동적 Conduct(행동)가 아니라 경쟁자에 대응하는 동태적, 적극적인 행동(competitive action) 전략이 필요하다. 이것이 경쟁역학(competitive dynamics)이다. 이를 위해서는 SCP이론과 같은 정태적 접근이 아니라 경쟁자의 행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동태적 행동이론이 필요한 것이다. 특히 구조로 설명되지 않는 행동을 찾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은 행위론적 접근이며, 한국기업에 대한 행위론적 접근에서 ‘흥’이 한국기업의 스피드와 성과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은 유희적 본능이다. 흥이 날 때마다 작업은 놀이가 된다. 흥은 몰입성, 발산성, 난장성이 있다. 사람을 더 몰입하게 하고, 발산하게 하고, 때로는 난장판 같은 축제를 만들어 낸다. 난장판 같은 축제란 리미널리티(liminality·문지방)를 넘어서는 것이어서 축제가 끝나고 나면 서로 동질성은 강해지고 진한 동료애가 생긴다. 축제가 끝나고 나면 새로운 코스모스(질서, 조화)가 만들어진다. 조직이 다시 태어나게 된다. 조직은 리-크리에이션(re-creation·재창조)되고, 창조성의 원천이 된다. 흥은 자발적 동기부여의 힘인 엔돌핀을 생성하여 업무 몰입도를 높이고 새로운 시장 기회를 포착해내는 발산성을 가진다. 이것이 흥의 효과이다.
한국인에게는 ‘흥’의 DNA가 있다. ‘흥’을 불러내는 조직의 K리더십이 필요하다. 지금 여러분의 조직에는 ‘흥’이 얼마나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