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사가 불어서 봄이 온 건 아니겠지만 봄이 올 때면 함께 따라오곤 했던 황사에 대해 나는 그 뿌옇고 텁텁한 느낌에도 불구하고 그리 싫다는 생각이 들진 않았다. 일견 반갑기까지 했다. 그 봄철의 먹거리들 때문이다. 황사가 불면 누런 들이 파래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조금씩 파래지던 그 들판 위에 봄비라도 한 번 흩뿌리고 지나가면 온 들은 금세 초록으로 뒤덮이고, 이른 봄 꽃들과 새 풀들이 어우러져 우리는 온 들을 쏘다니며 봄 꽃과 새 순들을 꺾어 먹을 수 있었다. 그제서야 비로소 겨울의 곤궁함에서 온전히 벗어난 듯한 느낌이 들었다.
최근 들어 황사 피해가 부각되고 있다. 그 오랜 시간 불편한 공존에도 우리는 아직도 황사에 대한 뚜렷한 대처법을 갖지 못하고 있다. 물론 황사 진원지가 먼 이웃나라라는 점과 해결을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오랜 시간 반복적으로 황사를 겪으며 풀어야 할 숙제라기보다, 때마다 겪어야 할 홍역 같은 존재로 각인됐기 때문이 아닐까. 그 생각에서 벗어난다면 진원지가 어디든, 비용이 얼마든 간에 황사를 극복하기 위한 좀 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처법이 등장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천형처럼 여기던 질병들이 상당 부분 극복되었듯이 언젠가는 황사도 반드시 극복될 것이다. 황사의 진원지인 고비, 타클라마칸 사막이며 만주의 커얼친 사지 등이 푸른 초원으로 바뀌어 매년 봄철에 황사 대신 초원의 푸른 기운이 편서풍에 실려올 날을 기다리는 것이 나의 허황된 꿈이 아니길 간절히 소망해 본다. 꼬이고 얽힌 것들이 많아 1년 내내 뿌연 서울의 하늘 아래에선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