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의 수학자 알버트 터커가 생각하고 이름 붙인 ‘죄수의 딜레마’는 경쟁과 경쟁이 펼쳐질 수 있는 다양한 방식에 대한 모델을 만드는 데 오랫동안 사용돼 왔다. 죄수의 딜레마 상황은 주변의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만일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저녁식사를 하는 상황을 생각해보자.
이때 자기가 주문한 음식의 값을 각자 내기로 할 수도 있고, “다같이 먹으니까 1/n로 계산하자”는 제안에 따라 돈을 똑같이 나누어 낼 수도 있다.
글랜스와 허버만(Glance & Huberman·1994)은 이러한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를 ‘뻔뻔한 저녁식사의 딜레마(unscrupulous diner’s dilemma)’ 또는 ‘저녁식사의 딜레마(diner’s dilemma)’라고 불렀다. 여럿이 식사를 하는 상황에서 값을 똑같이 나누어 치르기로 했다면, 옆의 친구는 비싼 스테이크를 주문하는데 나는 샐러드를 주문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상대적으로 값비싼 메뉴를 주문하고 그 결과 혼자 밥을 먹을 때보다 더 비싼 저녁식사를 하게 되는 현상이 벌어진다.
‘경쟁의 배신’을 쓴 마거릿 헤퍼넌은 “죄수의 딜레마 이론에서 발견한 한 가지는 두 명의 죄수 각각이 나머지 동료와 협력하는 대신 서로 간의 경쟁을 선택한다면 결국 둘 다 게임에서 진다는 사실”이라며 “개개인이 사리사욕만을 추구할 경우 결국 집단 전체는 패배로 빠져든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해 이맘 때 펀드슈퍼마켓이 서비스를 시작하자 몇몇 금융회사들이 이에 대응해 유사한 온라인 마켓을 만들거나 판매 비용을 낮춰 대응했다.
펀드슈퍼마켓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그들만의 전략이었던 셈이다. 이는 우리 사회가 경쟁을 마치 종교처럼 맹신하고 본능처럼 경쟁의 늪으로 뛰어드는 오랜 관습과 무관치 않다. 경쟁이 여전히 놀라운 효율과 기적적인 경제 발전을 안겨주리라고 기대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되돌아보면 경쟁에 대한 지나친 숭배는 ‘죄수의 딜레마’와 같이 오히려 많은 문제를 야기했고 불필요한 비용을 낳았다. 또한 구성원들이 경쟁에 매달리다 보니 사고가 경직되고 역으로 혁신을 갉아먹고 말았다.
펀드슈퍼마켓은 다양한 구성원이 금융 상품을 만들고 교환하며 소비하는 플랫폼이다. 이 플랫폼에서는 나만 잘한다고 해서 성공할 수 없다. 함께 공유하고 협업해야 최소의 자원을 투입해 최대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플랫폼의 성격이 불분명하거나 플랫폼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하면 더 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더불어 살고 함께 일하는 새로운 방법을 꾸준히 찾아내기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높은 수준의 신뢰와 공존공영(give and take)의 정신이 필요하다.
오늘날 우리 인간이 중력을 거슬러 하늘을 날고 놀라운 발전의 금자탑을 쌓을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인간의 협업 능력 때문이었다. 우리 모두가 함께 일하는 법을 알고 있었던 덕분이다. 오늘날과 같은 새로운 경제 생태계와 최근 불고 있는 핀테크 등 융합의 경제 환경에서는 과거와 같은 경쟁의 방식으로 결코 성공할 수 없다. 다양한 형태의 협업 모델을 개발할 수 있는 개방성이야말로 새로운 창조와 혁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이제는 경쟁의 프레임에서 벗어나 함께 성장하려는 ‘플랫폼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이것이 펀드슈퍼마켓 플랫폼이 지난 1년간 얻은 가장 큰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