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을 강타한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금융권으로 전이되고 있다. 그 동안 제기된 각종 특혜 의혹들이 하나둘 수면으로 떠오르면서 금융당국과 경남기업과 인과관계를 형성한 은행들이 잔뜩 긴장하고 있다.
경남기업은 지난 1999년 12월부터 진행된 3차례의 워크아웃 과정에서 시장·경제적 논리보다는 대주주인 성완종 전 회장을 필두로 한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깊숙이 개입되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으로 이어지는 불편한 연결고리가 형성됐다. 특히 이 과정에서 성 전 회장이 경남기업 회생을 위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물론 은행권 수장들과 접촉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특혜성 금융지원 주체를 놓고 진통이 예고되고 있다. 채권 은행들은 시장논리를 뒤로 하고 정치적 논리가 개입되면서 수백억원의 손실은 물론 정치·정책리스크까지 겹쳐 비상이 걸렸다. ▶관련기사 본지 2015년 3월 12일자 ‘퇴출 위기’ 경남기업… 정치권·금감원과 ‘수상한 연결고리’
당시 경남기업은 두번째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2년 5개월 만에 세번째 워크아웃을 신청하고 주채권은행인 신한은행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승인을 얻어냈다. 벽산건설, 우림건설, 풍림산업 등 대부분의 부실 건설사들이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에 들어간 사례와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특히 경남기업이 대주주의 책임을 묻는 과정인 감자를 하지 않은 탓에 성 전 회장이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워크아웃에 들어갔다는 점이 석연치 않다. 당시 채권단 역시 6000억원 넘게 추가 지원에 나서면서 세간의 의혹을 키우고 있다.
감사원 역시 금감원에 대한 감사에서 금감원이 대주주 지분에 대한 무상감자를 주장한 채권단의 의견을 무시한 채 경남기업 지원에 나서도록 외압을 행사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의혹에는 당시 김진수 기업금융구조개선 국장이 중심에 있다. 김 전 국장은 지난해 12월 전격 사표를 제출하면서 의혹이 더욱 증폭됐다. 당시 그는 지난해 4월 부원장보에 내정되면서 임기(총 3년)가 2년 이상 남아 있는 상황이었다. 그의 갑작스런 퇴임에는 당시 진행됐던 감사원의 감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현재 성 전 회장과 김 전 국장 간에 오고간 정황이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지만 금융당국과 채권단인 신한은행, 수출입은행 등이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남기업은 자본잠식이 진행되던 3차 워크아웃 당시 채권단으로부터 이례적으로 출자전환 1000억원, 신규자금 지원 3800억원, 전환사채 1000억원 인수 등의 지원을 받았다. 신한은행은 이 과정에서 여신위원회를 열어 대주주 주식감자도 검토했으나 막판에 철회했다. 금융권 인사들은 금감원의 외압 사실이 작용하지 않았다면 보수적인 신한은행이 이같은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더욱이 신한은행 출신 인사들이 경남기업 사외이사를 맡으면서 금감원의 외압 의혹과 함께 특혜지원 의혹도 함께 받고 있다. 김덕기 전 충남영업본부장은 3차 워크아웃 과정인 2012년 3월부터 2년 동안 경남기업 사외이사를 지냈다. 또 신한은행 기업여신관리부장 출신인 이영배 양재역금융센터장은 2014년 3월부터 경남기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채권은행이 워크아웃 기업의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사례다.
한편 서울중앙지검은 감사원이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한 감사 결과를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역시 진웅섭 원장 취임 이후 첫 종합검사를 신한금융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