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 자동차부품 생산업체 캐프가 평가 점수 미흡으로 중소기업청의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사업 '월드클래스300 프로젝트'에서 지정 취소됐다. M&A 등으로 어쩔 수 없이 기업 규모가 대기업집단으로 분류, 지정 취소됐던 사례는 있지만 자체 평가를 통해 부실기업에 철퇴를 내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7일 관가에 따르면 중기청은 이날 '월드클래스300 정책협의회'를 열고 대구지역의 자동차부품 업체 캐프에 대한 월드클래스300 지정 취소 여부를 놓고 심의ㆍ의결했다. 협의회 결과, 캐프는 월드클래스300 선정기업의 지위를 잃게 됐다. 월드클래스300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장확대 △기술확대 △투자 △고용 등 분야에서 평가 점수가 미흡해서다.
최근 막대한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의 관리감독 문제가 국회에서까지 지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엄격한 조치여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기청 관계자는 "캐프는 지정 취소에 영향을 주는 점수대인 평균 60점 이하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월드클래스300 기업 평가는 2년에 한 번씩 진행되고, 점수가 미흡한 경우엔 1년마다 중간 평가를 진행하는 데 캐프가 그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2011년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된 캐프는 현재 신임 경영진이 창업주를 배임ㆍ횡령혐의로 고소하는 등 지속적으로 내부 잡음이 많은 상황이다. 정상적인 기업활동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정부 관계자는 "현재 캐프의 상황은 우수 중소ㆍ중견기업을 육성시켜 글로벌 히든챔피언으로 키우고자 하는 월드클래스300 사업의 취지에 맞지 않다"며 "더욱이 모뉴엘 사태 이후 무조건적인 중소ㆍ중견기업 지원에 대해 국회 안팎으로 시선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실제 최근 국회에선 수출입은행의 '히든챔피언', 중기청 월드클래스300 등의 정부 사업이 문제 있는 기업들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적한 바 있다. 모뉴엘 사태를 기점으로 정부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는 지원사업, 제도에 대해 관리감독이 부실하다는 내용이다.
캐프의 사례는 중기청이 월드클래스300 사업을 운영한 후 처음으로 부실기업에 내리는 지정 취소건이어서 중소기업계의 관심이 높다. 2013년 월드클래스300 기업으로 선정된 전자저울업체 카스의 경우도 대표이사 횡령건으로 주식거래가 중단되는 등 상황이 좋지 못해서다.
이에 중기청은 향후 월드클래스300 운영 규정도 일부 개정키로 했다. 지정 취소 규정을 상장폐지, 임직원 비리ㆍ범죄 행위, 공정거래법 시장조치 및 과태료 처분 등의 사례를 세분화해 열거할 방침이다. 퇴출 기준을 보다 엄격히 세분화해 정부 예산을 올바르게 성장하는 중소ㆍ중견기업들에게 효율적으로 집행하겠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 한 관계자는 "그동안 우후죽순 생기는 중소기업 지원사업이 보다 효율적이고, 엄격히 관리감독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다만, 일부 좋지 않은 사례를 내세워 지원 규모를 줄이는 등의 부작용은 없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