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대형 국영기업들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산하 국영기업들에 합병을 준비하라고 지시하는 한편 이들이 정보 보조금에 의존하기보다는 기업공개(IPO)를 통해 민간 부문에서 자금을 조달할 필요가 있다고 독려했다.
이는 경기둔화에 기업들의 실적 부진이 이어지자 불필요한 경쟁을 줄여 경영효율을 높이고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앞서 WSJ는 지난달 중국 정부가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CNPC)와 중국석유화공그룹(시노펙) 등 대형 국영 석유업체를 통합해 엑손모빌을 능가하는 에너지기업으로 키우려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다만 이는 전문가들이 그동안 주장해왔던 국영기업 역할을 줄여야 한다는 충고와는 정반대의 방향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합병으로 초대형 기업이 탄생하면 가뜩이나 팽창해왔던 국영기업들의 영향력이 더욱 커지게 된다. 또 경제활동에 대한 정부의 통제가 강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 관료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들은 지도부가 수개월 안에 10만여 국영기업 구조재편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것이라고 전했다. 중국 기업개혁ㆍ발전연구회의 리진 부회장은 “중국 지도부는 정말 해결하기 어려운 난제를 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와 통신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산업이 우선 통합 대상이 될 전망이다. 합병 이후 새 기업은 이전보다 민간기업과 비슷한 형태를 갖추고 수익 극대화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소식통들은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합병이 경쟁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장에 역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국영기업의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부패와 비효율성, 책임감 없는 경영 등을 고치려면 합병은 물론 더 좋은 감독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중국 지도부는 엄격한 통제를 위해 이들 기업의 증시 상장도 동시에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산둥성 성장인 궈슈칭은 이번 주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기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영기업들은 상장기업 기준을 맞출 수 있는 지배구조와 회계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UOB케이히안홀딩스의 주차오핑 이코노미스트는 “지난2012년 중국 국영기업들이 보유한 자산은 25조1000억 위안(약 4514조원)으로 2008년에 비해 90%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국영기업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평균 11.6%로 민간기업의 25.7%를 크게 밑돌았다. 그만큼 크기는 커졌으나 내실은 부족하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