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미래에셋 은퇴연구소가 30~40대 부부를 대상으로 은퇴 후 생활에 대한 앙케이트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보면, 남편과 아내가 꿈꾸는 노후생활이 얼마나 다른가를 알 수 있다.
우선, 은퇴 후 부부가 어떤 지역에서 살고 싶은가에 대한 생각의 차이를 보면, 남편은 비교적 전원생활이 용이한 서울 근교나 지방의 농촌지역으로 이주하고 싶다는 비율이 75%를 차지했다. 반면에 아내 편에서는 서울 및 수도권 신도시와 지방 대도시에서 살고 싶다는 비율이 65% 정도를 차지했다.
살고 싶은 주택 유형에 대해서도 절반 가까이가 생각을 달리하고 있었다. 남편의 경우 절반 이상이 전원주택을 선호한 반면 아내는 아파트를 선호한 것으로 나타났다.
살고 싶은 지역과 주택 유형에서 이렇게 부부의 생각이 다른 이유는 주거에서 찾는 핵심 효용이 서로 다르기 때문일 것이다. 즉, 남편은 공기 좋고 한적한 곳, 야외에서 여유로움을 즐길 수 있는 곳, 소일거리를 찾을 수 있는 텃밭이 있는 곳을 선호하는 반면, 아내는 문화·레저·편의시설이 있는 곳, 친교모임·쇼핑이 가능한 곳을 선호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남편들은 대체로 답답하고 할 일이 없다는 이유로 아파트를 싫어하는 반면, 아내들은 보안문제와 주택관리의 어려움 때문에 전원주택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부가 같이 보내고 싶어하는 시간 또한 남편의 60% 정도는 하루 여유 시간의 절반 이상을 함께 보내고 싶어한 반면, 남편과 같은 생각을 가진 아내의 비율은 30%도 되지 않았다.
은퇴 후 생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항목도 다르게 나타났다. 남편은 건강(96%) 다음으로 부부관계(73%)를 언급한 반면, 아내는 건강(99%), 돈(64%), 부부관계(59%) 순이었다.
노부모 봉양에 대해서도 남편은 ‘강한 책임감’을 갖고 있는 반면 아내는 ‘어쩔 수 없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남녀라는 이유 때문에, 남편과 아내라는 역할의 차이 때문에 부부의 은퇴관은 다를 수 있음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법을 통해 부부간의 생각 차이를 줄여 나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가장 먼저, 은퇴 후의 생활에 대해 부부가 대화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부부들은 은퇴에 대한 대화 경험이 부족하다. ‘말을 안 해도 내 생각을 알아주겠지’ ‘이렇게 하자면 따라오겠지’ 하는 생각은 버리고, 월 2회 정도는 노후생활에 대해 구체적인 주제를 가지고 대화를 할 필요가 있다.
노후생활의 질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주거’다. 주거 계획은 돈과 관련된 측면에서도, 노후생활의 질과 관련된 측면에서도 은퇴 준비의 핵심 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주거에 대해 부부가 갖고 있는 생각은 크게 다르다. 노후에 부부가 어디에서, 어떤 형태의 주택에서 살 것인가에 대한 그림만큼은 부부가 충분히 대화를 통해 같이 그려 나가야 할 것이다.
남편의 경우에는 은퇴 후의 ‘나만의 시간’을 기획하고 준비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남편과 아내는 은퇴 후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한 인식이 다르기 때문이다. 남편은 아내와 함께 인생 2막을 꿈꾸는 경우가 많은 데 비해 아내는 가정으로부터의 자유를 꿈꾸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남편은 아내와 함께 보낼 생각만 하지 말고 나만의 시간을 기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재취업해서 수입을 얻는 일이든, 자기실현 활동이든, 사회공헌 활동이든 체력이 허용하는 한 소일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노부모 봉양에 대해 현실적 대안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하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수명이 짧았기 때문에 노부모 봉양기간은 5년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 100세 시대에는 25~30년을 부양해야 한다. 자신들 또한 노인이면서 상당기간 동안 노부모를 부양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자신의 입장에서 책임이나 부담만을 내세울 게 아니라 경제 문제 등 처해 있는 현실을 냉정히 따져보고 균형점을 찾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