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가 지난 6일 일동제약에 이사진 선임 요구안을 담은 주주제안서를 발송하면서 일동제약과 녹십자 간의 경영권 분쟁이 1년 만에 재점화됐다. 녹십자 측은 이를 두고 “주주로서 당연한 권리 행사 차원”라며 선을 긋고 있지만, 추가로 135억원 가량(지난 6일 종가 기준)을 투자해 지분을 확보할 경우 최대주주인 일동제약 측 지분을 넘어설 수 있는 만큼 향후 녹십자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일동제약의 최대주주 측 보유 주식수는 815만1126주(지분율 32.52%)이며, 2대 주주인 녹십자 측은 735만9773주(29.36%)를 보유하고 있다. 일동제약 측과 녹십자 측의 지분 격차는 단 3.16%P에 불과한 상황으로, 녹십자 측에서 추가로 79만1353주를 확보할 경우 일동제약 지분을 뛰어넘게 된다.
앞서 일동제약은 지난해 1월 임시 주주총회에서 오너 일가의 경영권 안정과 지배력 강화를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했지만, 녹십자가 피델리티 펀드와 손잡고 지주사 전환에 반대표를 던져 무산된 바 있다. 현재 최대주주 측과 2대 주주 측의 지분 차이는 얼마 나지 않는 만큼, 주총에서의 표대결시 피델리티 펀드가 누구에게 우호적인지가 중요한 상황이다.
이 가운데 녹십자가 추가로 135억원 가량을 투자해 일동제약 주식을 추가로 매입하게 되면 최대주주 측보다 더 많은 일동제약 주식을 보유하게 된다. 이 경우 녹십자는 적대적 M&A(인수·합병)를 통한 경영권 인수도 나설 수 있게 된다.
녹십자의 연결 기준(이하 지난해 3분기말)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187억원이며, 별도 기준으로는 171억원 가량을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의 현금 가용 능력은 충분한 상황인 만큼, 향후 녹십자가 일동제약 지분을 추가로 늘릴 것인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녹십자가 일동제약 인수에 성공할 경우, 현재 백신과 전문의약품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사업구조에 일동제약의 일반의약품까지 가세하면서 영업망의 확충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