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은 30일 오후 4시께 ‘땅콩 회항’ 2차 공판이 열린 서울 공덕동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기자들을 만나 “대한항공을 아껴주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법정에서 성실히 대답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애초 오후 2시 30분 출석할 예정이었으나 평창 동계올림픽조직위원장 활동 일정과 겹쳐 출석 시간 연기를 요청했고, 법원에서도 이를 수용해 증인 출석 시간이 조정됐다.
이날 예상보다 법원에 일찍 모습을 나타낸 조 회장은 검정색 코트 차림으로 기자들 앞에 서서 다소 경직된 표정과 담담한 목소리로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조 회장은 증인으로 출석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는 것이 저의 도리라고 생각해서 나왔다”고 답했다. 이어 ‘사건의 모든 책임이 임직원 잘못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또 박장친 사무장에 대한 향후 거취, 조 전 부사장의 행동이 정당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법정에서 성실히 답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조 전 부사장과의 면회 때 무슨 이야기를 했느냐’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한편, 조 회장의 출석은 앞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 12부(부장판사 오성우)가 지난 19일 열린 1차 공판에서 이례적으로 조현아 전 부사장의 아버지 조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재판부는 “유·무죄는 검사나 변호인 측 증거에 따라 판단해야 할 부분이지만 조현아 피고인은 언제든 사회로 복귀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박창진 사무장은 과연 대한항공에서 계속 근무할 수 있을지도 재판부의 초미의 관심사”라고 밝힌 바 있다.
재판부 증인 채택 이후 조 회장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증인으로 채택했는데 당연히 나가는 게 도리”라며 “아버지로서 회사의 대주주로서 출석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