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는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빠르게 영향력을 높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그동안 외국인 자금을 미국계와 영국ㆍ룩셈부르크 등 유럽계 정도로만 분류했다. 그러나 지난 몇년 동안 중국계 자금이 활발히 유입되면서 업계에서는 중국계 자금이 어디로 향하는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다.
1일 금융투자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연초이후 연말까지 중국계 자금은 1조9380억원어치 국내 주식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전체 외국인이 순매수한 전체 국내주식(8조2170억원)의 24% 수준이다.
중국 자금이 보유한 한국주식 누적 규모도 2012년 말 6조2330억원에서 2013년 8조4210억원, 지난해 말 9조7690억원으로 매년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외국인이 보유한 국내주식 전체(438조4840억원)와 비교하면 2.2%에 불과한 규모지만 중국 자금의 국내 유입 속도가 빠르고 해외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앞으로도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자금이 국내에 유입된 것은 그동안 해외투자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던 중국 정부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 자금이 중국에 몰려들자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 상승과 중국 내 물가상승을 우려할 수밖에 없었고 이로인해 투자자금을 국외로 유도하는 상황이다. 이로인해 중국투자공사(CIC)와 같은 국가기관 뿐만아니라 은행 증권사 자산운용사 등 민간 자본이 해외투자에 나서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다.
조용준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나 유럽계 자금은 이미 국내 주식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지만 중국 자금은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에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올해들어 8월까지 중국 자금이 국내 주식을 매달 순매수했는데 이런 모습이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중국계 자금이 국내 시가총액 상위 종목과 중국 내에서 익숙한 종목에 투자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롯데쇼핑 오리온 신세계 농심 아모레퍼시픽 한국콜마 등이 이에 해당한다.
최근에는 주식 순매수 뿐만아니라 국내 기업 지분과 경영권을 인수하는 등 중국 기업들의 한국 진출도 이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 자본의 국내 유입이 반드시 증시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중국 정부 정책의 변화에 따라 자금 흐름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오히려 국내 증시의 변동성만 키울 가능성도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