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가족대책위, 반올림 간 직업병 보상 협상이 속도를 낼 전망이다.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이 4개월여 만에 협상에 다시 참여하기로 밝히면서다. 삼성전자와 가족위, 반올림은 이르면 오는 18일 대화를 재개한다.
반올림은 반올림 피해 가족들과 함께 논의한 결과, 조정위원회의 권유를 받아들여 조정에 참가하기로 결정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9월 7차 때부터 대화에 참여하지 않은 반올림이 약 4개월 만에 협상에 복귀한 것이다. 이번 반올림의 조정 참여는 직업병 보상을 중재하는 조정위원회의 역할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올림 측은 “이달 9일 조정위원회로부터 ‘조정위원회 운영방향에 대한 조정위원회의 입장’이라는 문서를 통해 독자적인 주체로서 조정에 참여해 줄 것을 권유받았다”며 “반올림은 황상기, 김시녀 님을 비롯한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가족들의 뜻을 모아 이를 수락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조정위원회의 설치로 인해 반올림과 삼성의 교섭이 중단되고 그동안 교섭에서 이뤄진 합의와 성과가 원점으로 돌아갈 위험이 컸고, 삼성이 조정위원회 뒤에 숨어 책임을 회피할 우려가 높아 애초 조정위원회의 설치에 반대했다”며 “하지만 조정위원회는 공문을 통해 이 문제가 ‘개인적 사안이 아니라 사회적 사안’이고, 기존 교섭의 연장선에서 신속한 보상 및 사과뿐 아니라 ‘항구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종합대책 방안’을 동시에 마련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고 협상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반올림 측은 또 “‘문제해결의 주도자는 교섭의 주체로 관여한 분들로, 조정위는 조력자의 위치에 머물겠다’는 뜻도 분명히 했다”면서 “조정위원회가 조정 절차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상당부분 공감하고 있다고 보았고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키는 교섭중단 상황을 계속 방치할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고 덧붙였다.
조정위원회는 반올림에 보낸 공문을 통해 ‘사과ㆍ보상ㆍ대책’ 세 가지 의제를 모두 다룰 것을 밝혔다. 조정위원회는 “교섭의 세 주체가 각자 제시한 의견을 청취한 후 이를 종합적으로 수렴해 조정에 관한 권고안을 제안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직업병 보상 관련 세 주체가 협상에 모두 참여하고 조정위원회 구성도 완료된 만큼 곧 열릴 10차 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르면 18일 조정기일을 갖고 보상 관련 논의를 재개할 전망이다.
삼성전자와 가족위는 이달 2일 직업병 보상 협상을 조정할 조정위원회 구성을 완료했다. 조정위원회는 김지형(전 대법관) 조정위원장과 정강자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초빙교수,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교수 등 조정위원 2인 등 총 세 명으로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