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5일 발표한 ‘경제전망(OECD Economic Outlook)’에서 내년 한국경제가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5월의 4.2%에서 0.4%포인트나 내려 잡은 것이다. 이는 한국 정부(4.0%)와 한국은행(3.9%)의 전망보다도 조금 낮은 수준이다.
해외 IB(투자은행)들이 내년 우리나라 경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더욱 비관적으로 바뀌었다. 금융투자업계와 블룸버그에 따르면 세계 34개 금융기관의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중간값)는 지난 5월 중순 3.8%에서 3.6%로 떨어졌다.
BNP파리바와 UBS는 각각 3.0%, HSBC와 무디스도 각각 3.1%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독일 데카방크(3.3%)·미쓰이스미토모(3.4%), 노무라(3.5%) 등은 3% 초중반대, 도이체방크(3.6%)·크레디트스위스(3.7%)·씨티그룹(3.8%)·JP모건체이스(3.9%) 등이 3% 후반대 성장률을 제시했다.국내 국책·민간연구기관들도 이 같은 분위기에 동참할 태세다. LG경제연구원이 지난 9월 내놓은 내년 전망치(3.9%)가 너무 높다고 보고 낮추는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애초 25일 내놓을 예정이던 ‘KDI 경제전망’ 발표 일정을 다음달로 연기하면서 내년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이처럼 국내외 전망기관들이 앞다퉈 내년 한국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줄줄이 내려 잡고 있는 것은 최근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엔저, 중국의 금리 인하, 유럽 경기부진 등 내년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 리스크가 상당히 커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OECD는 가계부채 비율 증가와 함께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세계경제 여건과 환율 변동 등에 민감할 수 있다는 점을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을 악재로 지목했다.
BNP파리바의 마크 월튼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전망치 하향 조정의 근거로 “일본은행의 추가 완화가 원·엔 환율을 100엔당 950원 밑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내서 사실상 한국 수출기업의 경쟁우위를 없애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조동철 KDI 거시경제연구부장도 “세계경제 전망과 환율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어 전망 시기를 늦췄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