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우리 집 형편이 별로 좋지 않았을 때, 학교 끝나고 집에 돌아오면 엄마는 항상 부업을 하고 계셨다. 그리고 점심으로 많이 끓여 주셨던 것이 두부찌개였다. 매일 먹는 것인데도 엄마와 나는 ‘아주 맛있게 끓여졌다’며 밥 한 공기를 뚝딱하고는 했다. 얼마나 많이 먹었는지, 어릴 적부터 나는 대충 씹어보면 이게 얼마짜리 두부인지 맞힐 정도였다.
저녁마다 리어카를 끌고 종소리를 울리던 두부 아저씨에게 몇 백원 하는 두부 한 모를 사놓고 거의 매일 점심 엄마와 둘이 먹었던 두부찌개. 멸치를 우려낸 국물에 고춧가루 양념과 큼지막한 두부, 채 썰어 넣은 대파 맛은 아직도 좀체 물리지가 않는다.
열살 남짓했던 그때의 나는 이제 서른 하나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엄마는 쉰 여섯이 되었다. 어른이 되어서도 여전히 직장 일로, 또 사는 일로 지칠 때면 집에 전화해 “엄마, 주말에 집에 갈게 두부찌개 끓여줘. 두부는 3000원짜리 손두부여야 해”라고 주문을 한다. 김이 모락모락 나며 보글보글 끓는 두부찌개와 밥 한 공기를 먹으며 엄마에게 미주알고주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또 다시 용기와 힘을 얻곤 한다.
어릴 때도, 커 나갈 때도, 또 어른이 되어서도 엄마의 두부찌개는 맛으로 또 마음으로 먹는다. 내가 아무리 배워 끓여봐도 엄마가 끓여주는 그 맛은 나질 않는다. 바로 ‘엄마의 마음’이라는 조미료가 빠져서가 아닐까. 언제까지고 오랫동안 내 곁에서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맛있는 두부찌개를 보글보글 끓여주실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