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한테 가장 소중한 게 뭔데?” 회식자리에서 시끌벅적한 신변잡기 이야기를 하다 갑자기 툭 튀어나온 동기의 한마디였다. 흔하디 흔한 질문임에도 여전히 가슴 한가운데 시퍼렇게 남아 내게 묻고 있다. 사람, 그러니까 결국은 ‘대인관계’라는 결론이 났다.
복잡다단한 인간의 내면심리는 대개 ‘화가 났다, 기분 좋다, 나쁘다, 즐겁다 등’의 감정상태로 표현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들도 전달의 대상이 나타나면, 본심과는 달리 상대방을 배려하기 위해, ‘좋은 척, 안좋은 척, 즐거운 척’ 등 ‘척, 척, 척’이 등장하게 된다. 이때부터 대인관계에서의 갈등을 알리는 전주곡도 연주되곤 한다.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지난 1일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더라도 우울감 등 정신과적 증상이 37.9%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대인관계 스트레스로 31.2% 였다. 많은 사람들이 대인관계가 가장 어렵고, 힘들다고 한 것이다. 사람을 만나는 게 어렵다 못해 스트레스가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진실 되지 못한 관계’가 아닐까 한다. 모르는 주제가 나와도 아는 척, 아는 주제가 나와도 모르는 척. 그렇게 상대를 배려한다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척’은 상대와의 관계를 가깝게 하기 보다는 상호간에 가식을 느끼는 불편함을 만드는 장막이 되기도 한다.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세도 대인관계를 어렵게하는 족쇄다. 신호등의 초록불빛에 익숙해져 있는 아이들의 경우에는 초록색이 안전하고 편한 색깔로 느껴지는 반면, 병원에 오래 입원해 있던 사람에게 초록색은 끔찍하고 불안한 색이 되곤 한다. 이러한 경우 누가 옳고 누가 틀린가.
더욱 성숙한 대인관계를 맺기 위해선 꾸준한 훈련이 필요하다. 지속적으로 이해하려하고 진심으로 관계하려는 훈련이다. 어느새 몸에 근육이 붙듯 사람들간의 관계에서도 신뢰의 근육이 만들어져갈 것이다. 그럼 평소 불편하고 스트레스만 주던 그 대상이 어느새 친숙하게 느껴지고, 어느새 둘도 없는 친구가 될 것이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