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식이다.
선생님 : 닭치高에 입학한 걸 환영합니다.
학 생 : 선생님! 우린 벌써 2학년이에요.
선생님 : 자, 그럼 경제를 먼저 배우겠습니다. 줄푸세, 이거 아는 학생 있어요?
학생들 : 어려워요.
선생님 : 세금은 ‘줄’이고… 다음은…. 아무튼 이거 꼭 외워야 해요.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학 생 : 줄푸세 다음은 경제민주화가 아닌가요?
선생님 : 닭치고! 아니, 그런 걸 아직도 외우고 있단 말이에요. 그 다음으로 넘어갑니다.
망각을 교훈으로 삼은 닭치高는 이 시대의 축소판인지도 모른다. 연속성이 있는 사회가 건강한 사회일진대 지금 우리 사회는 단절로 점철돼 있다. 그 단절을 가능케 한 주범이 바로 망각이다. 합당한 이유나 타당한 설명없는 조변석개(朝變夕改)식 발언과 행동이 난무하고 있다.
‘개그콘서트’도 아니고, 세월호 참사 책임을 지고 물러난 총리가 어느 날 갑자기 TV에 나와 국가개조를 위해 전력투구하겠다고 하니….
경제정책도 마찬가지다. 수장이 교체되니 정책도 180도 바뀌었다. 한 달 전만 해도 기획재정부는 “경기가 지속적으로 회복되고 있다”진단했다. 그러나 이제는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 고 주장하고 나섰다. 닭이 먼저인지 달걀이 먼저인지 모르겠지만 조만간 경제수장이 될 최경환 후보자도 중립에서 부정적으로 경제인식이 달라졌다.
경제인식이 변한 것을 놓고 시장에서는 뭔가 복선이 깔려 있다고 믿고 있다. 국민들은 새로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군불때기’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장에서는 추경이나 금리인하 같은 경기진작 정책이 나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돈을 풀어 경기를 진작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최 후보자의 경제정책이 잘못됐다는 게 아니다. 아니 성장론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밀 카드다. 경제를 살리는 완벽한 정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정책에는 일장일단(一長一短)이 있고 정부는 최선의 조합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 수장이 바뀌었다고 확 달라지는 ‘정책의 경박함’이다. 수장이 실세(實勢)란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정책을 바꾼다면 그런 정부는 왠지 미덥지가 않다. 대표적인 게 LTV·DTI 규제다. 규제를 풀면 경제가 망가질 것처럼 주장하다 어느 순간 규제를 풀어야 경제가 살아난다고 말하는, 이런 희극 같은 상황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망각 기능이 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로부터 호된 질책을 받을 사안이다.
‘정책의 경박함’보다 더 큰 문제는 ‘소신의 유연함’이다. 좋게 말해 ‘유연함’이지 아프게 지적하면 ‘소신의 부재’다. 실세가 한두 마디 하자 자신이 줄곧 주창하던 내용을 언제 그랬냐며 용도폐기시켜 버린다. 갑자기 다른 길로 가는 게 쑥스러웠던지 정치적인 발언을 해가며 자기 행동을 정당화시키기도 한다.
우리가 잊어버리는 축복(?)을 타고 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다면 짜증나고 신경질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대놓고 말을 안 해서 그렇지, “쇼하고 있네” 하며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정책이 국민들에게 호응을 받으려면 쇼잉(Showing)을 잘해야 한다. 호응받는 쇼잉에는 진정성이 있다. 국민들은 어떤 게 소신이 없고, 확신이 없고, 바뀔 것 같은지 느낀다. 단지 ‘망각의 기제’가 작용해서 대충 넘어갈 뿐이다.
지금 경제를 살리는 데 필요한 사람은 케인스도, 크루그먼도 아닌 프로이드인지도 모른다. 그만큼 시장 참가자들의 심리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경제정책에 진정성이 깃들어 있어야 한다는 건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닭치高’에서나 있을 법한 대화, 행동, 결정은 아예 잊어 버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