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2일 세종청사 분위기는 여느 때와 사뭇 달랐다. 여기저기 각 부처 공무원들이 오랜만에 점심과 저녁 번개약속을 잡느라 분주했다. 지난주 목요일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침체한 소비를 진작하고자 공무원·공공기관 복지포인트 조기 사용 권고와 공무원들의 청사 주변 외부식당 이용을 독려했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로 움츠러들었던 세종청사 주변 식당들은 모처럼만에 공무원들이 몰리면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들도 여기저기 쏟아지는 번개약속에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고민에 빠졌다.
식사자리에서 공무원들은 앞으로 개각이 어떻게 이뤄질지, 정부조직개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저마다 셈법 계산에 분주했다. 그도 그럴만한 게 세월호 참사로 멈춰버린 고위직 공무원 인사로 업무 공백으로 이어지면서 일반 공무원들의 일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한 공무원은 “실·국장 인사가 멈추면서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에도 한계가 있어 일은 열심히 하지만 업무효율이 있는지는 의문이다”며 “가뭄에 콩 나듯 나는 인사지만 지금 나는 국장자리 인사는 개각이 있더라도 낙점된 공무원이라는 평가여서 주변 공무원들이 부러워하는 눈치다”고 말했다.
일부 공무원들은 현 부총리가 8월까지 공무원 복지포인트를 다 소진하라는데 불만 아닌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공무원은 “노조에서 진행하는 보험을 떼고 나면 손에 쥐는 돈이 40~50만원 정도인데 매달 자기 수양을 하고자 목적을 정해놓고 쓰고 있는데 8월까지 다 쓰라고 하니 어디에 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고위직 공무원들은 복지포인트를 8월까지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상반된 분위기를 보였다. 몇몇 공무원들은 중앙부처 공무원들의 복지포인트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이나 공기업보다 4~5배 낮은 것에 대해 새삼 불만을 토로하는 모습도 보였다.
특히 현 부총리가 밝힌 구내식당 휴무제와 관련해 세종청사 공무원들은 세종 현실을 외면한 조치라는 평가다. 구내식당 휴무제가 시행되면 가뜩이나 세종청사 부근 식당이 모자라는데 과연 만명이 넘는 공무원들이 한꺼번에 쏟아진다면 점심때 안에 식사를 다하기에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