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이번에는 광고주로부터 피소를 당했다. 한 자동차 용품업체는 자사 광고모델이었던 이수근과 소속사를 상대로 20억원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 이미지에 적잖은 피해를 줬다는 게 이유다.
이수근을 광고모델로 내세운 회사는 또 있다. 그러나 이 회사는 입장이 전혀 달랐다. 불법도박 사건이 일어난 후에 이 회사는 엉뚱하게 이수근을 대신해 사과를 했다.
당시 이 회사 홈페이지에는 “이수근이 혐의를 인정했고 깊이 반성 중이다. 오랫동안 신뢰하고 사랑해주신 고객께 이수근을 대신해 깊이 사죄드린다. 우리는 그동안 모델로서 최선을 다해준 이수근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수근과 함께 해나가고자 한다”고 밝혔다.
같은 사건, 같은 사람을 두고 한쪽은 수십억원 대 소송을 냈다. 다른 한쪽은 직접적인 잘못이 없으면서도 대신 사과를 했다. 이것이 이 회사의 노이즈 마케팅인지, 고도의 심리전인지는 관심이 없다. 다만 이 두 회사를 바라보는 대중의 눈도 제각각이라는 점은 짚어봐야 한다.
광고주로서 자사 광고 모델이 불법적인 사건에 연루됐을 경우 응당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다. 그리고 이로 인한 이미지 하락을 만회해야 한다.
이처럼 기업의 사업 전략과 제품 마케팅에서 이미지는 중요하다. 그만큼 가격으로 따질 수 없는 무형의 가치를 지닌다. 그러나 이 회사는 20억원이라는 가치를 얹었다.
같은 사건과 같은 인물을 두고 두 회사의 엇갈린 시선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유감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이수근을 광고모델로 데려와 두 회사 모두 큰 덕을 보지는 못했다. 어느 회사가 더 크고, 어떤 회사가 돈을 더 잘 버는지 알길이 없고 관심도 없다. 다만 같은 인물을 광고모델로 삼았다는 것만으로 두 회사의 규모를 짐작할 뿐이다.
그러나 이수근을 둘러싼 두 회사의 입장은 극명하게 달랐다. 한쪽은 이미 엎질러진 물을 두고서 돈을 달라고 했다. 다른 한쪽은 엎질러진 물로 두고서 “미안하다”며 바닥을 청소했다. 걸핏하면 “법대로 하자”는 게 우리 사회다. 어느 곳이 더 기억에 남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