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포커스]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이 5촌 당숙인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 밀어주기에 나섰다. 알짜 계열사에 미리 정몽혁 회장 일가 몫을 나눠준 것이다.
2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에쓰앤에쓰는 현대그린푸드 자회사 현대캐터링시스템에 19.8% 출자했다. 현대에쓰앤에쓰는 보통주 1주당 8225원, 총 2억710만원에 지분을 취득했다. 이로써 현대그린푸드의 현대캐터링시스템 지분율은 100%에서 80.2%로 낮아졌고, 현대에쓰앤에쓰는 새로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눈에 띄는 점은 새 주주가 된 현대에쓰앤에쓰다. 현대에쓰앤에쓰는 정몽혁 회장의 개인 회사다. 지분율을 보면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10%), 부인 이문희 현대에쓰앤에쓰 대표(1%), 자녀 정현이(16%), 두선씨(20%), 우선씨(17%), 누나 정일경씨(6%)이다.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는 정몽혁 회장이 자녀들과 출자해 설립한 조명기구 업체이며 자사주 30%를 제외하면 정 회장 일가가 소유하고 있다.
현대에쓰앤에쓰는 현대백화점의 알짜 계열사로 꼽히는 현대그린푸드 자회사 현대케터링시스템에 주주로 들어간 것이다.
현대케터링시스템은 현대그린푸드에 있던 케이터링 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 지난 2012년 설립한 회사다. 비록 이익 규모는 3억원대로 적지만 설립 첫해부터 흑자를 낼 정도로 성장성이 기대된다. 지금까지 현대그린푸드가 지분 100%를 소유했는데, 이 중 일부를 정몽혁 회장 개인 회사가 가져간 것이다.
이는 정몽혁 회장이 현대가의 든든한 지원을 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몽혁 회장의 아버지 정신영씨는 정주영 고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다섯번째 동생으로, 정 명예회장과는 각별한 사이였다.
아버지 정신영씨가 유학 중 32세의 젊은 나이에 사망하자 정주영 명예회장의 아낌없는 지원 아래 정몽혁 회장은 32세에 현대정유(옛 극동정유) 사장이 됐다. 정몽혁 회장은 사장 취임 후 ‘오일뱅크’ 론칭을 이끌고, 당시 한화에너지(현 SK에너지 인천공장) 인수를 주도하는 등 경영능력도 인정 받았다. 그러나 외환위기 때 현대정유가 아부다비국영석유투자회사(IPIC)에 넘어가면서 사임했다.
정몽혁 회장은 자녀들과 함께 에이치애비뉴앤컴퍼니, 현대에쓰앤에쓰 등의 회사를 만들어 조용히 독자 노선을 걸었다. 그가 다시 현대가에 복귀한 것은 현대종합상사가 현대그룹에 편입되면서부터다. 정몽혁 회장은 현대종합상사 회장으로 선임됐고, 5년만에 다른 계열사 지분을 가져간 것이다.
한편 현대캐터링시스템은 2012년 매출액 202억2900만원 중 내부거래 비율이 100%에 달한다. 내부거래 비중은 현대그룹 계열사 중 가장 높으며 모두 현대그린푸드로부터 매출을 올렸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1억2900만원, 당기순이익 9700만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