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전자업계가 최근 연이어 선보이고 있는 차세대 IT·가전제품의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가뜩이나 경기가 어려워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업체들의 고가 전략은 소비자들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29일 발표한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의 미러리스 카메라인 ‘갤럭시NX’는 일반 미러리스 카메라의 두 배 수준인 180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됐다. 한명섭 삼성전자 디지털이미징사업부장은 “최고 수준의 광학성능, 무선통신기술, 소프트웨어를 융합한 최초 제품”이라고 내세웠지만, 이날 발표회에서는 지나치게 가격이 비싸 시장성이 떨어진다는 기자들의 지적이 이어졌다.
앞서 28일 LG전자가 공개한 ‘LG 디오스 정수기냉장고’도 고가 전략을 앞세웠다. 양문형 냉장고 안에 정수기를 결합한 신개념 제품이지만, 400만원 내외의 고가인데다 매달 1만8900원씩 관리 비용을 별도로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과도한 고가 전략은 시장에서 역풍을 맞기도 했다. 올 들어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곡면 OLED TV의 출고가를 모두 1500만원 전후로 책정했다. 그러나 판매가 부진해 시장 확산이 더뎌지자 삼성전자는 출시 한 달여만에 가격을 30% 내렸고, LG전자 역시 동일한 수준으로 가격을 대폭 인하했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신개념 제품은 가격을 비교할 만한 제품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초반에는 일단 가격을 최대한 높게 설정해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져가려 한다”고 최근의 고가 전략을 풀이했다. 그러나 그는 “이제는 소비자들이 무리한 가격대의 제품을 섣불리 사지 않는다. 출시 초기에도 소비자들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을 책정하는 게 시장의 호감을 사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