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가 출구전략을 펼 것이라는 전망에 따라 신흥국 주요 통화가 급락한데 이어 성장률 둔화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주식과 채권 등 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특히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초저금리 기조와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으로 혜택을 본 신흥시장의 통화를 둘러싼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1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앙은행들의 공격적인 통화완화 정책이 조만간 종료될 것이라는 시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이어지면서 태국 등 대부분의 신흥시장 통화를 급락하고 있다. 태국 바트화 가치는 이날 단기성 해외 투자 자금 이탈로 9개월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바트 환율은 31.08바트로 하락해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에 거래됐다.
앞서 태국중앙은행은 이번 달 해외 단기 자금의 대거 유입을 막기 위해 기준금리를 2.50%로 종전보다 0.25%포인트 내렸으나 주요국들의 양적완화 축소 종료에 대한 우려를 잠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신흥시장의 통화 뿐만 아니라 증시 약세도 가속화하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인도네시아증시 자카르타종합지수는 이날 1.3% 떨어져 아시아증시 중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자카르타종합지수는 지난 2012년 5월 이후 최장기간 하락세를 보이면서 4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했다. 태국증시 SET지수 역시 1.2% 하락해 20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MSCI이머징마켓인덱스 편입 종목 중 184개가 하락한 반면 상승한 주식은 3분의 1인 64개에 그쳤다.
패드룰 이만시아 PT CIMB-프린시플자산운용 펀드매니저는 “숨을 곳이 없다”면서 “연준의 양적완화 규모 축소 가능성 우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의 신흥시장 이탈을 촉구했다”고 말했다.
채권 매도세 역시 심화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중앙은행들이 초저금리 기조와 양적완화 조치를 종료할 것이라는 우려에 글로벌 채권 매도세가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채권 금리를 나타내는 JP모건 EMBI다이버시파이드인덱스는 지난 달 1%포인트 이상 상승해 5.5%를 기록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은 “미 국채 금리가 4%를 향하고 있다”면서 “평균 이상의 가치 상승을 보인 자산을 중심으로 금융시장의 요동이 예상된다”고 경고했다.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 성장 둔화까지 겹쳐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흥시장 탈출은 지속될 전망이다.
세계은행(WB)은 12일 ‘글로벌 경기 전망’보고서 올해 글로벌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치인 2.4%에서 0.2%포인트 낮춘 2.2%로 하향 조정했다.
세계은행은 개발도상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5.1%로 제시했다. 이는 지난 1월 전망치 5.5%보다 0.4%포인트 낮춘 것이다.
김용 세계은행 총재는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통화완화 정책에 고삐를 죄면 올 경제 충격을 우려하고 있다”면서 “통화 완화 정책이 갑자기 중단되면 신흥국들의 자본 접근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