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팀장은 예전에는 같이 일하던 동료였습니다. 그때부터 그의 능숙치 못한 일처리 솜씨를 보아왔던 터라, 그의 역량부족의 문제는 그 임원의 관리 책임이 아니라 그 팀장 자신의 고유한 문제라고 생각해왔습니다. "난 잘 했는데 저 팀장 때문에.…" "왜 하필 그가 우리 부문에 와서…" 라는 생각이 은근히 들며 곤혹스러웠습니다. 면팀장이라는 껄끄러운 과정을 수행해야 하는 부담도 부담이지만, 자신이 만들지 않은 상황을 자신이 해결해야 하는 입장이 된 것을 받아들이는 게 더 힘들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리더 역할에 대한 배반입니다. 내가 원인 제공은 하지 않았지만 육성 부족, 감독 소홀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게 리더의 운명이기 때문입니다. 피터 드러커는 "리더십의 본질은 리더가 가진 자질이 아니라 일과 책임에서 나온다" 라고 했습니다. 그의 역량개발을 위해 당신이 어떻게 지원해왔는가? 라는 질문에 그 임원은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그 팀장을 육성이나 가르침의 대상으로 한번도 보지 않았다는 자각이 들었고, 그러자 이번 건을 자기 책임으로 수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그 임원에게 중요한 도전은 그를 인간적으로 미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는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 이전에 중요한 일입니다. 이 상태가 된 것을 그의 탓으로 돌리는 대신, 그를 돕는 행동을 해야 합니다. 면팀장을 면하도록 그를 가르치고 육성하려는 노력을 우선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차후에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심리적으로 견고한 상태에서 실행할 수 있습니다. 명분과 정당성은 리더 행동에 힘을 실어줍니다. 어떤 결정이던, 리더가 조직내 수용도가 낮은 상태에서 감행하면, 심적으로 흔들리게 되고 심적 압박 속에서 무리수나 엉뚱한 강수를 두는 일이 일어납니다.
리더들이 다뤄야 하는 상황은 모호함, 이중성, 모순과 대립, 역설, 불일치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그야말로 혼돈의 용광로입니다. 한가지 선택은 다른 측면에서의 부작용을 낳고, 한가지 기준은 다른 기준을 무효화시킵니다. 단기 처방은 장기 악화를 낳고,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 조직을 죽이는 일이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복잡성으로 인해 리더들은 상반된 두가지 요소간의 끊임없는 juggling이라는 리더십의 딜레마와 매일 마주하게 됩니다. 모 기업의 '따듯한 금융', '따뜻한 성과주의'에는 상반되 보일 수 있는 두가지 가치가 모두 담겨있습니다. 냉혹하게 몰아부쳐 성과를 내야 하되 조직의 사기도 챙겨야 하고, 위기의식을 강조하되 패배의식이 되서는 안되고, 일관성 있으되 유연해야 하고, 서바이벌을 위해 당장의 가시적 성과에 주력하면서도 장기적 안목을 놓치지 말아야 하니, 리더들은 늘 현재 상황에 맞는 최적점 찾기에 고심합니다.
리더가 옳은 결정을 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자신이 하는 결정이 옳은 결정이 되도록 만들어 가는 과정도 중요합니다. 한번의 옳은 결정을 내리는 것 만으로 헤쳐 나가려 하기보다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진실들을 면밀히 바라보며. 옳은 결정이 될 수 있도록 맥락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가는 것에 소홀히 해서는 안됩니다. 어떤 쪽으로 결정하느냐 뿐 아니라 그 결정에 걸 맞는 입장을 견지하는 소신도 중요합니다. 바람직한 해결을 위해 옳은 결정은 하나의 단계일 뿐입니다. 이 전 과정을 이끌어가는 것은 바로 리더의 책임감입니다. 이미 발생한 사건이나 상대방에게 반응하기 보다는, 많은 가능성 속에서 자신이 직접 선택하게 해줍니다. 리더는 항상 선택하고 계속 행동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