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녹십자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던 동아제약 주식 29만여주(4%)를 시장에 내다 판 것으로 알려졌다. 보유지분 4.2% 중 대부분을 처분한 셈이다. 2011년부터 동아제약 주식을 매입해온 녹십자는 이번 투자로 120억~160억원 가량의 차익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번 지분 매각을 놓고 녹십자가 동아제약 분할 전 지배구조의 취약함을 이용해 M&A를 노리고 있다가 경영권이 안정되자 차익실현에 나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동아제약의 경우 당시 지분구조가 취약해서 경영권 방어가 쉽지 않았다”며 “녹십자가 투자 목적으로 동아제약 지분을 매입했다고 공식적으로 밝혀왔지만 업계에서는 M&A를 시도할 목적도 없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녹십자의 동종업계 M&A 시도는 지난해 말 일동제약 지분의 대규모 매입으로도 알 수 있다. 지난해 12월 녹십자는 일동제약 지분 177만주(15.35%)를 취득하면서 2대 주주로 등극했다. 이를 놓고 제약업계에서는 녹십자가 재무적 투자로 공시했지만 일동제약에 대해 적대적 M&A를 시도하기 위한 행보로 풀이했다. 단순 투자 목적으로 수백억원의 자금을 집행하는 일이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녹십자의 동종업계 M&A의 중심에는 허일섭 회장이 있다. 허 회장은 창업주인 고(故) 허채경 회장의 막내 아들이다. 둘째 아들 고(故) 허영섭 회장이 2009년 타계하자 동생인 허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 받았다.
업계에서는 허 회장이 휴스턴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로 M&A와 관련돼서는 시장을 보는 눈과 감각이 예사롭지 않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녹십자그룹은 현재 2000억원 가량의 순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제약사업 강화를 위한 그룹차원의 M&A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녹십자는 2011년 동아제약, 2012년 일동제약의 지분을 매입했으며 앞서 10월에는 바이오업체 이노셀을 사들였다. 최근에는 영국 보건당국이 민영화 차원에서 매각 추진 중인 ‘플라즈마 리소시스 유케이’(Plasma Resourses UK Ltd. 이하 PRUK) 인수 경쟁에 뛰어들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