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국내 전기전자(IT) 업체를 비롯한 국내 기업들이 특허권 등의 사용료로 외국에 지급한 금액이 약 1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외국 특허관리전문회사(NPE)가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등을 상대로 각종 특허소송을 제기해 원천기술이 확보되지 않으면 국부 유출은 불가피하다.
23일 아이디어브릿지자산운용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1~11월 국제수지 가운데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지급액'은 76억9천만달러로 2011년 총지급액(72억9천만달러)보다 5.5% 많았다.
작년 달러당 원화 평균환율이 1,126.76원인 것을 고려하면 한화 8조7천억원 정도에 달한다. 작년 12월 지급액이 전년 수준만 유지해도 작년 전체 지급액은 9조5천억~9조6천억원에 이른다는 계산이 나온다.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는 국내 기업들이 상표와 특허기술 같은 지적재산권을 사용한 대가로 외국 기업 등에 지급하는 돈이다.
작년에 로열티로 외국에 지급한 금액이 10조원에 육박하면서 관련 국제수지는 또다시 적자다. 작년 1~11월 지적재산권 등 사용료 수입이 32억4천만달러에 그쳐 44억5천만달러 적자를 보였다.
지적재산권 수지는 통계치가 있는 1980년부터 적자 규모를 키워 2010년 58억9천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고 2011년에 크게 줄었다가 작년 다시 대폭 늘었다.
이처럼 만년 적자를 보인 것은 IT 수출품목이 외국 상표나 특허를 사용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원천기술 제품보다는 외국 특허를 활용해 재가공한 상품이 많아 수출이 늘어나면 로열티가 덩달아 증가하는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특허 소송을 통해 돈을 벋는 `특허괴물'의 공격이 매섭다. 2011년 국내기업과 외국기업의 특허분쟁은 279건으로 전년보다 50% 늘었다.
인터디지털(InterDigital)은 2005년 말부터 삼성전자 등을 상대로 이동통신 관련 특허소송을 벌여 막대한 로열티를 받았다. 이 회사의 2011년 매출 3억174만달러 중 39.1%인 1억1천808만달러가 한국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벌어들인 것이다.
캐나다 NPE인 모사이드(MOSAID)도 2011년 매출 8천53만캐나다달러의 46.8%(3천767만캐나다달러)가 삼성전자, LG전자, SK하이닉스 등과의 특허분쟁에서 얻은 것이다.
국내 특허 출원건수는 2011년 27만9천건으로 세계 5위 수준까지 급성장했지만 질적 성장은 아직 부족해 특허 소송에서 승소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적당한 로열티 지급이 산업적으로 긍정적인 면도 있지만 지급액이 많으면 기업 가치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원천기술 확보 노력이 필요하다.
작년에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 소송전에서 확인됐듯이 세계시장에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어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의 경우 2010년부터 대표이사 직속으로 특허전문조직인 IP센터를 운영 중이다.
키움증권 박연채 리서치센터장은 "삼성전자, LG전자 등을 대상으로 한 외국 특허괴물의 공격은 더욱 강해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도 원천기술을 적극 개발해 특허비용을 줄이거나 외국 원천기술업체를 인수하는 것을 고려해볼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