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경기부양에 적극적인 야당 자민당의 승리가 확실시되면서 엔화 가치 약세를 보일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자민당은 경기가 회복되기 전까지 일본은행(BOJ)이 무제한적인 양적완화를 실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일본의 경기부양 확대 기대에 외환시장에서 지난주 엔 가치는 가파르게 하락했다.
달러당 엔 가치는 19일(현지시간) 도쿄외환시장에서 장 초반 81.59엔으로 지난 4월25일 이후 거의 7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달러·엔 환율은 뉴욕외환시장에서 지난 16일 81.32엔으로 마감해 주간 기준으로 엔 가치가 달러에 대해 2.3% 하락해 지난 2월 이후 9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을 나타냈다.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16일 일본 중의원 해산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기자회견을 열어 “경제가 다음달 총선의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며 “대담한 통화완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BOJ의 독립성을 보장한 법을 바꿀 필요가 있다”며 경기부양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했다.
자민당은 BOJ가 경기부양을 위해 인플레이션 목표를 현재의 1%에서 2~3%로 상향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케이시 리엔 BK자산운용 상무이사는 “자민당이 총선에서 승리해 통화정책을 더욱 완화할 것 같다”면서 “BOJ의 인플레이션 1% 목표 달성이 어려웠다는 점을 감안하면 3% 목표는 돈을 찍어내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아베의 정책이 수년 이상 갈 것이라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소시에테제네랄의 세바스티앙 갈리 선임 통화 투자전략가는 “자민당이 디플레이션을 끝내겠다는 약속을 지킬 것인지는 불확실하나 총선 선거 기간 자민당의 부양책 발언이 잇따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달러·엔 환율은 다른 어떤 환율보다 빠르게 오르고 있다”면서 “내년 말에는 환율이 85~90엔 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의 젠스 노르드빅 외환 전략 담당 상무는 “달러당 엔 가치가 이르면 내년 초 85엔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미국의 ‘재정절벽’과 유럽의 재정위기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일본의 새 정부가 엔고를 끝내기까지 상황은 녹록지 않다는 평가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 따르면 연준 위원들은 내년에 채권을 대규모로 추가 매입하는 이른바 ‘4차 양적완화’ 실시를 검토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준이 4차 양적완화를 실시하면 달러 가치 하락을 압박해 선진국간 통화전쟁이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