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 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사채관리회사와 채권자 보호"

입력 2012-11-1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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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수도, 가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이들 분야는 무엇보다도 공공성이 유난히 중요시 되는 분야라는 점이다. 만약 이들 기반산업이 공공성은 무시하고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한다면 종국에는 어떻게 될까. 국민의 삶은 물론이고 국가경제 전반에 걸쳐 막대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 분명하다.

채권시장에 있어서도 공공성 확보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대표적인 기관이 있다. 다름 아닌 사채관리회사이다. 사채관리회사는 발행회사로부터 사채관리업무를 위탁받아 발행회사와 회사채에 대한 정보관리를 비롯하여 재무상황, 신용상태 등을 모니터링 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 아울러 부도발생과 같은 채무불이행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채권자를 대신하여 최대한의 변제를 받을 수 있도록 채권보전절차를 진행하기도 한다. 사채관리회사는 이른바 회사채 투자자를 위한 보호장치에 해당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회사채를 인수하는 기관이 사채관리업무까지 수행했다. 이러다 보니 사채권자보다는 발행회사의 이익을 중시하는 이해상충 문제가 발생하는 등 개별 채권자를 보호하는 기능이 매우 미흡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사채관리회사는 지극히 낮은 수준의 수수료로 인하여 사채관리서비스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수익성 없는 사업으로 간주되어 전문인력 확보나 시스템 개발 등과 같은 투자는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에 따라 사채관리회사의 기능을 제대로 살리기 위해서 정부가 나서게 되었다. 정부는 관련법규를 개정하여 사채관리회사의 권한과 의무를 강화하였다. 또한 예탁결제원이나 증권금융과 같은 공공기관도 사채관리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조치했다. 공익을 우선으로 하는 공공기관이 사채관리회사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전문인력 확보 및 선진시스템 구축을 통한 채권자 보호기능은 보다 강화되고 서비스의 질 또한 크게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시스템을 활용한다면 채권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제도가 더욱 개선될 수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발행회사가 채무상환능력과 관련된 중요한 이슈에 처할 경우에는 사채권자의 의견수렴이 필요하며, 더 나가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할 경우에는 채권자를 대신하여 변제를 수령하기 위한 사채권자 파악이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채권자가 채권자신고기간 내에 채권 실물을 가지고 직접 법원과 예탁결제원에 찾아가야만 채권자가 누구인지 파악되는 실정이다.

이같이 채권자를 파악할 수 없는 사채관리회사제도로서는 적시에 투자자에게 중요한 정보를 전달하고 의사를 묻는 것이 불가능하여 투자자를 제대로 보호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점은 ‘실질채권자제도’를 도입하여 보완할 수 있다.‘실질채권자제도’는 현재 예탁결제원이 운영하고 있는 주식의 ‘실질주주제도’와 유사한 중앙예탁기관의 시스템을 통하여 채권자를 손쉽게 파악할 수 있는 제도이다. 금융선진국으로 알려진 미국과 일본에서는 이미 중앙예탁기구를 통하여 사채권자 명세를 파악하여 채권자의 권리확보를 지원하고 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사채관리업무는 이윤창출이라는 상업성보다 투자자 보호라는 공공성이 더 강조되어야 하는 부문이다. 관련 법규에서 사채관리회사의 자격에 공공기관을 추가한 것도 과거 사채권자 보호에 미흡했던 사채관리시장의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이다.

이제 우리 채권시장도 허울뿐인 투자자 보호에서 벗어나 사채관리회사의 공공성 확보와 전문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할 시점이 되었다. 채권자 보호제도가 보다 강화되어 진정한 채권투자자를 보호하는 환경이 마련되고 선진화된 채권시장으로 발전해 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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