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채용의 머니전쟁] 쉬는 것도 투자

입력 2012-10-08 12:48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개인투자자 100만 명의 이메일 주소를 확보했다면 선물옵션의 대가로 손쉽게 이름을 알릴 수 있다.

100만명중에서 50만명에게는 ‘내일 내린다’, 나머지 50만 명에게는 ‘오른다’고 알린다. 다음날에는 맞춘 쪽의 50만 명을 반으로 나눠 25만명에게 같은 식으로 이메일을 보내고, 또 그 다음 날에는 적중한 쪽 12만5000명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투자를 권한다. 며칠만 반복하면 누구나 인정하는 최고의 전문가로 변신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대상을 넓게 보면 누군가는 논에 가다 벼락을 맞았고, 젤리를 먹다 목에 걸려 질식사했다. 반면 어떤 이는 814만5060분의 1의 확률을 극복하고 로또에 당첨됐다. 주식시장의 특성상 특정 구간에서 특정 종목이 급등할 때 공교롭게도 본인이 그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 천부적인 투자 감각이나 노력을 통해 획득된 재능이 아니라 오로지 운일 확률도 꽤 크다는 의미다.

도박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개인의 노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믿으면 중독성이 더 강해지기 마련이다. 심판보다는 본인이 직접 동전을 던져 승패를 가르는 것이 훨씬 흥미로운 이유기도 하다.

마라토너 황영조가 강원도 바닷가를 열심히 달린 끝에 올림픽 금메달을 땄다고 누구나 한강변을 열심히 뛰면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유독 주식시장 참가자들은 ‘1%의 재능’ 보다 ‘99%의 노력’을 신봉하는 이들이 많다. 열심히 뛴다고 누구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될 수 없듯이 포커를 자주 친다고 모두 ‘도신(賭神)’이 될 수 없다. 문제는 많은 사람이 명확한 이 진실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개미들이 연일 손실을 보면서 주식에 빠져드는 이유기도 하다.

‘바다이야기’ 승률은 48%, 강원랜드 승률은 49%에 육박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돈을 잃는 이유는 바로 1%, 2%의 손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이런 작은 확률이 누적되면 엄청난 손실로 귀결된다.

증권사 입장에서는 서운하게 들리겠지만 개인이 손실을 최소화하거나 그나마 적은 성공 확률을 높이는 길은 거래 횟수를 최소화하는 것이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주식을 한 번만 사서 팔아도 매매 수수료(온라인 최저 수수료 0.015%×2)와 거래세(0.3%) 를 합쳐 0.33%에 달하는 ‘게임비’를 지불해야 한다. 1년 250거래일 동안 하루 한 번만 주식을 사고팔아도 1년에 원금의 82.5%를 수수료와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쉬는 것도 투자’라는 말이 있다.

‘평민’인 개미투자자가 ‘박사급’인 기관투자자나 외국인 투자가를 이기기 쉽지 않다. 다만, 이들에 비해 비교 우위에 서 있은 몇 가지 사실을 활용하면 승률을 높일 수 있다. 대표적인 강점으로 언제든 본인의 의사에 따라 쉴 수 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면 시세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이 편해야 하는데 정반대로 “나만 빼놓고 급등하면 어쩌지”라고 생각하는 조급증이 문제다. 쉬는 것도 투자다. 기다리면 반드시 기회는 오기 마련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서울 연희동 성산로 싱크홀 발생 현장…승용차 빠져 2명 중상
  • 자녀장려금 소득 기준 4000→7000만 원으로 완화…81만 가구에 7869억 원 지급
  • 단독 근로자햇살론 최대 1년 상환 유예한다
  • 성범죄 형사사건 피소 '충격'…NCT 탈퇴한 태일은 누구?
  • 단독 ‘탁구요정’ 신유빈, 삼립호빵 모델 낙점…신제품에 ‘삐약이’ 반영
  • 단독 "오피스텔 가로채" vs "우리도 피해자"…대우건설 자회사 대우에스티, 시행사와 소송전
  • '2024 추석 승차권 예매' 오늘(29일) SRT 호남선·전라선 예매…방법은?
  • 뉴진스 계약 5년 남았는데…민희진 vs 하이브 2라운드 본격 시작? [이슈크래커]
  • 오늘의 상승종목

  • 08.29 14:39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80,438,000
    • -0.48%
    • 이더리움
    • 3,438,000
    • +2.17%
    • 비트코인 캐시
    • 439,900
    • -0.74%
    • 리플
    • 776
    • -0.26%
    • 솔라나
    • 195,000
    • -3.03%
    • 에이다
    • 482
    • +0.63%
    • 이오스
    • 680
    • +1.64%
    • 트론
    • 215
    • -0.46%
    • 스텔라루멘
    • 127
    • -1.55%
    • 비트코인에스브이
    • 57,800
    • +1.49%
    • 체인링크
    • 15,180
    • -0.2%
    • 샌드박스
    • 345
    • -2.27%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