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마다 저신용자 등급 제각각 매겨
2금융권과 금리 비슷 이용자들 발돌려
# 직장인 김영준씨(34세, 남)는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주인 요구에 미처 마련하지 못한 300만원을 대출 받기 위해 시중은행을 찾았지만 발거음을 돌려야 했다.
최근 은행이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소액·단기대출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는 소식을 접한 김씨는 항의도 해보았지만 은행측에서 돌아온 답변은 “죄송하다”는 말 뿐이었다.
지난해 말 신용카드 연체 이력으로 신용등급이 7등급을 밑돌았던 게 화근이었다. 급한 마음에 다른 은행도 찾은 김 씨는 이번에는 저축은행과 카드업체 등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와 별반 차이가 없는 높은 금리에 허탈감을 감출 수 없었다.
당초 은행권이 앞다퉈 출시한 10%대 중금리 급전대출은 은행 대출한도가 소진돼 대출이 막힌 서민층을 주 대상으로 삼았다. 급전 대출 수요를 은행권의 10%대 대출로 돌려 서민의 금리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게 은행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금융당국 역시 은행과 제2금융권 사이에 대출금리 격차가 벌어진 ‘금리 단층’ 현상을 어느정도 해소될 것이란 기대와 함께 은행권에 소액대출 상품 출시를 강력히 주문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은행별로 대출 조건과 금리 등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새희망홀씨 등 기존의 서민금융 지원 상품과 달리 소액 신용대출은 은행 공동 서민금융 상품이 아닌 개별 상품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7월 말부터 소액 신용대출인 행복드림론Ⅱ를 팔고 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29일 신한 새희망드림 대출을 출시했다. 우리은행은 지난 10일 우리희망드림론이라는 소액 신용대출을 선보였다.
이들 은행들이 출신한 상품들은 신용등급이 낮은 고객을 상대로 급전대출을 하거나 당초 취지와 달리 신용등급이 높은 우량고객층을 상대로 소액대출을 해주는 경우로 나뉜다.
이에 대출 대상자 선정에 있어 개인신용정보사(CB)에서 제공하는 등급과 자체 은행 측에서 분류하는 등급으로 각기 세분화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우리은행의 경우 CB등급 1~7등급을 대상으로 최대 12.89%의 금리를 적용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저신용등급 층은 대출이 불가하다. 반면 국민은행은 내부등급 6~9등급(CB등급 5~10등급)을 대상으로 소액대출을 해주고 있지만 문제 15% 의 높은 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이처럼 소액대출이 서민금융 지원 상품이란 이름만 빌리채 시장의 혼선만 초래하다보니 소액대출 상품의 실적이 극히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7월 말부터 하루 평균 대출액은 2055만원으로 건수로 따지면 5건이 조금 넘는 실적이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 대표는 “은행들이 서민금융 지원에 진정성있는 모습을 보이기 위해서는 1금융권을 이용하기 힘든 서민들이 더욱 폭넓게 진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