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평 초려草廬가 삭풍에 떨고있다
눈비 젖어 겹겹이 헐거워진 누옥,
한 해 동안 자리를 지킨 탁상용 캘린더가
임무교대식을 앞두고 있다
자리를 내어주기 전
족쇄 풀어 나날의 흔적을 펼쳐본다
주르륵 쏟아지는 불립문자들
캘린더 속 하루하루가 사각형 벌집 같다
나는 일벌이었다
굴헝 속 알곡을 채우기 위해
저 사각의 문 드나들었다
꿀과 꽃술
층층이 쌓고 채워도 누수 되는 생
로얄젤리는 커녕
매일 금간 구멍 메우기에 바빴다
모임과 약속, 결혼식과 개업식을 빽빽이 채우고
부음의 소식이 분분하던 나날들
뻥뻥 뚫린 구멍마다 눅진한 체온이 만져진다
마모된 모서리 에돌아 한 해를 밀봉할 때
바람의 집 서까래에서는
소금 꽃 같은 밀랍이 송이송이 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