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와 구석의 미학’...황수경 ‘CORNER’ 展, 갤러리 도스 11일부터

입력 2012-07-09 16:04 수정 2012-07-10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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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수경 ‘코너’전이 오는 11일부터 갤러리 도스에서 열린다.

작가 황수경은 자신의 내면을 공간에 투영한다. 작가에게 외진 곳은 몽상으로의 통로이면서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은신처이기도 하다. 작품으로써 재해석한 구석에는 내 마음 한켠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감싸고자 하는 마음이 녹아있다. 선과 면이 만들어내는 절제된 공간에서 차분히 드러나는 빛과 색의 퍼짐은 우리의 보이지 않은 내면까지 물들인다. 아무것도 없는 차가운 빈 곳은 햇살 가득한 나만의 방이 된다. 이번 전시는 보는 이로 하여금 내면의 한 모퉁이에 잊고 있었던 감정들을 되돌아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사실 공간이란 물리적으로 아무것도 없는 빈 곳 혹은 사방의 널리 퍼진 범위를 의미한다. 심리적으로는 경험에 의해 생겨난 나만의 영역이며 사물과 인간 사이에서 생기는 상호관계에 의해서 형성되는 범위를 의미하기도 한다. 다양한 형태의 공간 중에서도 구석은 중앙에서 떨어져 한쪽으로 치우친 곳이다. 시선이 머무르지 못하고 스쳐 지나가는 일상의 모퉁이들은 작가의 마음을 이끈다. 드러나지 않은 채 묵묵히 시간의 먼지를 품고 있는 그 곳은 다른 어떤 곳보다 아름답다. 이처럼 작가는 주변의 소외된 공간을 캔버스 안, 자신 만의 공간을 통해 따뜻한 감성으로 풀어낸다.

작품에서 두드러지는 요소는 색이다. 어디선가 스며드는 빛에 따라 부드럽게 퍼지는 파스텔 톤의 연출은 현실에서는 찾아 볼 수 없는 신비로운 느낌을 자아낸다. 높은 채도의 단색이 만들어내는 명암의 연속적인 변화는 화면에 율동적인 효과를 주고 침체된 공간에 활기를 띄운다. 회색의 그림자에 가려져 잘 드러나지 않았던 모퉁이들은 음지에서 양지로 전환된다. 우리의 시선이 소외된 공간에 머무는 동안 그 곳에 메워져있던 차가운 공기는 금세 온화해진다. 이처럼 일상의 보잘 것 없는 공간은 작품을 통해 새롭게 환기된다. 보는 이로 하여금 색의 편안함에 빠져들게 하고 소외된 마음에 아늑함을 준다.

■작가 노트

작가의 근작에 나타난 방이나 구석진 곳, 외진 곳, 후미진 곳은 단순히 방의 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관심에 머물지가 않고, 그 의미가 작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대변해주는 표상형식으로까지 확장된다. 방은 곧 작가의 표상이며 자화상인 것이다. 더욱이 구석진 곳, 외진 곳, 후미진 곳의 장소개념은 작가의 자기반성적인 경향성과 맞물려 꽤나 의미심장한 의미마저 불러일으킨다.

실제로 작가는 근작에서 처음에 ‘방’이라고 명명하다가, 이후 줄곧 ‘구석’이란 일관된 제목을 사용하고 있다. 아마도 방이란 막연한 명명이 구석이라는 구체적이고 실체적인 이름을 얻은 경우로 볼 수가 있겠다. 구석은 곧 방의 실체며 작가의 실체에 해당한다. 그런 만큼 작가의 그림에서 방과 구석이 남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봐도 무방할 것 같고, 나아가 그 의미를 캐는 것이 곧 작가의 그림을 이해하는 관건이라고 해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방은 이중적이다. 외계로부터 나를 보호해주면서 동시에 고립시키고 단절시킨다는 점에서 그렇고, 주체에게 익숙한 공간이면서 동시에 타자에게는 두려움과 호기심 그리고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주체와 타자가 나와 너의 관계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주체와 타자 모두 사실은 나에게 속해져 있고 나로부터 분기된 것이란 점이다. 즉, 나는 때로 주체가 되기도 하고, 더러는 타자가 되기도 한다. 나는 곧 주체이면서 타자다. 자기가 분리되는 경험 곧 이중인격과 자기소외가 주체에 포개진 타자다. 그렇게 분리되고 소외된 타자를 위한 공간이 구석이다. 바로 나의 무의식이, 트라우마가, 내가 억압한 욕망이 거하는 공간이다. 나는 그 후미진 곳에 눈길을 잘 주지 않는 편인만큼(가급적 피하고 싶은 만큼) 그 실체를 간과할 때가 많다. 그러다가 아주 이따금씩 그곳이 눈에 들어올 때면 불현듯 (자신이) 낯설어지고 생경해진다. 대개 구석은 어둑하기 마련이고, 또한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구석은 더 구석답다.

■작가 약력

학력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박사과정수료

성신여자대학교 서양화과 졸업 및 조형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개인전

2012 갤러리도스 공모기획전 (서울)

2011 갤러리아트링크 기획초대전 (서울)

2006 추와갤러리 (도쿄,일본)

2003 관훈미술관 (서울)

전경숙 갤러리 (부산)

■전시개요

전 시 명: 갤러리 도스 기획- 황수경 ‘CORNER’ 展

전시장소: 서울시 종로구 팔판동 115-52 갤러리 도스 (Gallery DOS)

전시기간: 2012. 7. 11 (수) ~ 7. 17 (화) 7일간

■갤러리 도스

갤러리 도스는 2005년 2월 관훈동에 개관, 역량 있는 작가를 소개하는 장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개관기념전’Movement on Silence‘展을 시작으로 매체·영역 및 장르를 모두 아울러 작가의 조형 세계를 펼칠 수 있는 공간으로 거듭나도록 노력하고 있다. 2007년부터 인사동의 운모하 테라스에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대중과의 소통을 위한 전시를 기획했고 현재 더 나은 전시환경을 위하여 팔판동으로 2011년 10월에 이전해 개관했다. 중견작가들을 지원하며 신진작가들을 발굴하는 기획 전시를 통해 무한한 감동을 공유하고 같이 호흡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지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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