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법이 있기에 안정적인 삶

입력 2012-05-21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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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여선 신한금투 사내 아나운서

시한부 선고를 받은 한 야구 선수가 있다. 그는 삶의 막바지에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난다. ‘생명의 유한성’ 앞에 모든 상황과 사물이 보잘것없어 보이는 그에게 꺼지지 않고 빛을 발하는 것은 오직 ‘사랑’뿐 이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한 마지막 야구시합, 그는 마지막 공을 홈플레이트가 아닌 관중석으로 날려 보낸다. 선수로서 지켜야 할 ‘야구의 법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사랑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한 것이다.

장진 감독의 ‘아는 여자’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이후 남자 주인공은 어떻게 되었을까? 남자 주인공의 병이 ‘의사의 오진’ 때문인 것으로 판명된 후 그는 자신의 실수를 뼈저리게 후회한다. 방향을 잘못 튼 공은 달콤한 사랑의 결실을 가져다 준 대신, 야구선수로서 씻을 수 없는 오명을 남겼다. ‘죽음’ 앞에서는 쉽게 거스를 수 있었던 법칙들이 ‘살아있는 삶’ 앞에서는 함부로 넘어설 수 없는 커다란 요새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어쩌면 법은 살아있는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강제’이면서도 ‘특권’인지 모른다. 수많은 법칙들이 삶을 둘러싸고 있다. 신호등, 건널목, 차선 등 눈에 보이는 물리적 법칙에서부터 각종 범죄에 대한 형벌이나 기본적인 윤리의식 등의 관념까지 대체로 사람들은 이러한 유 무형적으로 존재하는 법칙을 따르며 살아가려고 한다. 그것은 우리가 행한 일들이 삶의 연장선 속에서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오드리 니페네거의 ‘시간여행자의 아내’에 등장하는 남자주인공은 불규칙적으로 시공간을 뛰어넘어 살아갈 수밖에 없는 인물이다. 그는 ‘위법적’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순간순간을 살아가기 위해 물건을 훔치거나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그러나 시간의 흐름은 그를 계속 다른 공간으로 옮겨주기에 그 ‘위법적’ 행동들이 그의 삶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조절할 수 없는 시간여행에 지친 그는 말한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결국 법이란 연속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삶의 증거’이자 ‘특권’이 아닐까. 법은 강제력을 갖지만 우리는 법으로 인해 ‘안정감’ 그리고 ‘삶’을 부여 받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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