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권에 감원의 칼바람이 몰아치고 있지만 국내은행은 오히려 신규채용을 늘리는 분위기다.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내는 등 실적 호조가 그 배경이다. 반면 외국계 투자은행은 구조조정 우려에 좌불안석인 모습이다.
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유럽 각국의 채무위기에 더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경기가 다시 침체로 돌아설 조짐마저 나타나자 글로벌 금융회사마다 감원 발표에 바쁜 모습이다.
유럽 최대 은행 중 하나인 HSBC는 앞으로 2년간 최대 3만명을 감원하고 미국 소매금융 지점 470여개 가운데 195개를 매각한다는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UBS도 5000명 감원 계획을 내놓았고, 크레디트스위스는 투자은행(IB) 부문을 중심으로 2000명을 줄일 방침이다.
영국의 대형은행인 바클레이즈은행도 하반기에 세계 각 지점의 인력 1400명을 감축할 계획이다. 로이드, RBS 등도 구조조정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하지만 국내 은행에 오히려 신규채용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은행권은 올해 총 7426명을 채용하는 데 이어 내년에는 7570명으로 채용 규모를 늘리고 2013년에도 7569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채용 확대의 배경에는 실적 호조가 자리잡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각 은행이 기대치를 넘는 실적을 내놓고 있어 현재로서는 감원 조짐은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마냥 안심하고 있기에는 글로벌 경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에서 자유로울 국내 금융기관이 어디 있겠느냐”며 “글로벌 경기가 급속히 침체되고 금융위기가 다시 재발한다면 국내 은행도 채용을 줄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한국에 진출한 외국계 은행은 희비가 엇갈리는 모습이다. 일부 은행의 사정은 그리 나쁘지 않다.
구조조정의 회오리에 휩싸인 HSBC는 급성장하는 아시아와 중남미 시장에서는 고용을 늘려 향후 3년간 최대 1만5000명을 이 지역에서 채용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도 감원보다는 신규 채용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아시아 등 신흥시장에 집중한 덕분에 유럽은행 중에서는 드물게 2분기 이익이 1분기보다 늘어날 전망이다.
그러나 글로벌 투자은행은 구조조정의 불안감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JP모건,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바클레이즈 등 주요 투자은행의 서울지점들은 올해 신규 채용이 거의 없거나 하반기 구조조정 가능성마저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A투자은행 부대표는 “국내에 진출한 투자은행 중 해외연금이나 부채담보부증권(CDO), 인덱스펀드 투자에 나선 곳은 하나같이 실적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이들 은행은 본사에 감원 바람이 불면 어느 정도 피해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