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왕 투자하려면 해외가 낫지”
수도권, 지방보다는 해외투자에 주력하겠다는 기업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지방경제의 성장기반 약화가 우려된다.
대한상공회의소가 해외ㆍ수도권ㆍ지방에 모두 투자하고 있는 제조업체 400개사를 대상으로 ‘해외 및 수도권과 비교한 지방 투자여건’을 조사한 결과, 향후 3년간 역점투자지역을 묻는 질문에 대해 ‘해외’라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은 53.0%인 반면 ‘지방’이라고 답한 비율은 19.7%에 불과했다.
해외투자 선호지역으로는 ‘중국, 인도 등 신흥개발국’이 67.9%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17.6%), ‘아프리카 등 저개발국’(14.5%)의 순이었다.
대한상의는 “올 3분기 지방 제조업체가 해외에 투자한 자금은 전분기 대비 163.1% 늘어나 이전까지 가장 크게 증가했던 2006년 4분기의 152.6%를 넘어선 수치를 기록했다”면서 “지역자본의 역외유출 심화는 신규투자 감소와 경제활력 약화로 이어지고 결국은 일자리 감소를 초래하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응답업체 10곳중 7곳(73.7%)이 내년도에 지방투자 계획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투자를 주저하는 이유로는 ‘투자여력 부족’(37.6%), ‘환율, 경기 등 대외여건 악화’(32.2%)가 69.8%를 차지했지만 ‘지방의 산업기반 미흡’(13.2%)과 ‘정책혼선 및 규제’(9.3%)도 적지 않게 나와 지방의 열악한 투자여건이 투자확대에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나타냈다.
상의 측은 “최근 정부가 지방투자 보조금 지급대상에 수도권에서 이전한 기업 외에 지방공장 신설기업을 추가하고 광역경제권 선도산업 육성을 본격 추진하는 등 지방경제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데 기업들이 지방투자를 기피하고 있는 것은 근본적으로 지방의 투자여건이 경쟁국에 비해 불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응답기업들은 지방의 전반적 투자여건에 대해 49.6점(100점 만점 기준)으로 평가한 반면 해외 투자여건은 64.3점, 수도권 투자여건은 50.3점으로 각각 평가해 지방의 투자여건이 해외는 물론 수도권에 미치지 못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규모별로는 중소기업의 불만이 더 높았다. 대기업은 55.5점을 기록해 50점을 웃돌았지만 중소기업은 45.4점에 머물렀다.
‘지방 투자여건의 가장 큰 문제점’을 묻는 질문에 대해 응답기업들은 ‘우수인력의 지방근무 기피’(56.0%)를 가장 많이 꼽았고 그 다음으로 ‘SOC 등 인프라부족’(18.7%)과 ‘정책일관성 부족’(15.7%) 등을 들었다.
반면 세부담, 세제혜택 등 조세여건(해외 61.7점, 수도권 51,7점, 지방 52.5점)에 대한 만족도는 수도권에 비해 높게 나타났다.
또 열악한 지방의 투자여건 때문에 지방에 하려던 투자를 해외나 수도권으로 돌린 적이 있다는 기업이 응답업체의 10.7%(해외 6.9%, 수도권 3.1%)를 차지했다.
그러나 정부에서 지방투자에 대한 지원을 확대할 경우 지방투자를 늘릴 의사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다’고 응답한 기업의 비율이 38.7%에 달해 지방투자 진작을 위해서는 지방의 투자여건을 보다 적극적으로 개선해줄 필요가 있음을 나타냈다.
기업들은 지방 투자여건 개선을 위해 시급한 정책과제로 ‘세제감면 확대(36.0%)’를 가장 많이 지적했으며 ‘저렴한 용지공급 및 SOC투자 확대(23.7%)’, ‘보조금 확충(19.7%)’, ‘인재양성, R&D 지원(13.7%)’ 등을 희망하고 있었다.
또한 기업들은 우수인력의 지방거주 유인을 위해서는 ‘교육환경 개선(37.7%)’을 가장 중요한 과제로 꼽았고 그 다음으로 ‘주거환경 개선(29.3%)‘, ’교통, 의료시설 강화(21.0%)‘, ’쇼핑, 문화체육시설 확충(5%)‘을 들었다.
대한상의 최규종 팀장은 “지방기업들이 생산기반의 해외이전을 늘리고 있는 만큼 지방투자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현재 외투기업이나 수도권 소재기업의 이전에 한정되어 있는 지방투자에 대한 세제감면 혜택을 지방의 신ㆍ증설 투자 전반으로 확대 적용하고 산업단지의 분양가 인하 및 지방이전 보조금의 한도 상향 등이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