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의 010 번호통합 정책을 앞두고 시민단체와 연구기관, 이동통신사 관계자들 간에 찬반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어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이용경(창조한국당) 의원 주최로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010 번호정책 전문가 간담회'에 이동통신사 연구기관, 시민단체 관계자, 이동통신사 관계자들이 참석해 열띤 토론을 펼쳤다.
그러나 토론에 나선 연구기관과 시민단체, 이통사간는 입장차만 확인하는 선에서 끝나 향후 번호통합 정책을 놓고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연구기관과 LG U+, KT 등은 번호통합정책에 적극적인 추진의사를 밝힌반면 시민단체와 SK텔레콤은 정책의 전면 재검토와 시기적으로 늦추는게 좋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시민단체 "소비자 의견 무시" vs 연구기관 "미래 위해 필요"
녹색소비자연대 전응휘 상임이사는 "방통위의 010 번호통합 정책은 소비자의 의견을 무시한 처사"라며 "방통위가 계속 정책의 일관성을 주장하며 번호통합을 추진하려는 의지를 보이는데 이 주장이야말로 번호정책의 일관성을 훼손하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는 당초 이동전화 번호정책은 01X 번호의 사용을 허용해 온 정책이며 따라서 번호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지속적으로 01X 번호 사용을 유지하는 것이 요점이다.
전 이사는 이어 "문제는 010 번호통합 정책 자체가 처음부터 잘못 만들어진 것"이라며 "있는 번호를 없애는 정책이 어떻게 합당할 수 있냐"고 주장했다.
010 통합반대 운동본부 서민기 대표 역시 "기존 01X 번호를 사용한 이용자들은 적게는 5년 이상 많게는 20년 이상을 사용한 사람들로 이 기간 동안 쌓아왔던 인적네트워크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라며 "번호통합이 이뤄지면 일부 개인 사업자와 프리랜서의 경우 신용소멸의 비용까지 발생해 이는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고 설명했다.
그는 "번호가 바뀌면 자신이 가입한 모든 인터넷 사이트의 정보변경까지 일일이 해줘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자신이 가입한 사이트를 모두 찾아내지도 못하는 상황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라며 "특히 01X번호 사용자들도 아이폰, 갤럭시S 등 스마트폰을 이용하고 싶은 것은 마찬가지인데 방통위의 정책때문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마저 박탈당했다"고 토로했다.
서 대표는 또 "방통위가 정책만 내놓은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홍보는 제대로 하지도 않고 있다. 막상 이통사 대리점에 찾아가서야 정책으로 번호통합이 확정된 상황이니 번호를 바꾸라고 강요하더라"며 방통위와 이통사의 행태에 불만을 나타냈다.
반면 방통위 박준선 과장은 "PCS서비스가 상용화된 1996년 320만명이던 가입자가 2003년도에는 3234만명으로 폭증해 일부 사업자의 번호가 부족하기 시작했으며 3G서비스를 제공하는 3개 사업자가 사용할 신규번호 확보도 필요했다"며 "당초 010 번호통합을 주장했을 당시 상황에서는 최적의 방안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과장은 이어 010 번호통합을 이루면 ▲이용자 환경 측면에서 이미 010으로 변경한 사람도 얻게되는 편익도 증대될 수 있으며 ▲2G망 이용기간에 따라 서비스제공이 차별화 될 수 있는 사업자간 차이 문제도 해결할 수 있고 ▲번호자원 측면에서도 8000만여개의 번호를 확보하게 돼 효율성을 가져온다고 설명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기식 연구위원도 "010 번호통합은 정책적으로 추진돼야 할 사항이지만 단기간의 강제통합은 많은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사업자 및 이용자 그룹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시점까지 점진적인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비용절감, 서비스 진화를 방해하지 않도록 번호통합이슈는 너무 늦지 않게 해결돼야 한다"며 "다양한 신규번호 수요, 와이브로, MVNO, 남북통일 등을 미리 예상하고 대비하는 장기적인 정책 방향 설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LG U+,KT "명확한 정책시일 정해야" vs SK텔레콤 "서두르지 말아야"
KT 공성환 상무는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위해 조속히 번호통합이 추진돼야 한다"며 "다만 현재 892만명의 01X 이용자가 존재하는 만큼 강제통합이 힘든 것은 공감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번호변경에 대한 부담의 완화도 분명 필요한 부분"이라며 "이에 대한 대안으로 번호변경표시서비스를 모든 사업자가 제공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LG U+ 김형곤 상무 역시 "영국 등 이미 해외에서도 번호체계 변경이 대규모로 이뤄진 바 있다"며 "방통위가 번호 자원효율성을 고려해 앞으로 어떻게 이 정책을 가져갈지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상무는 이어 "자칫 번호통합 정책이 이뤄지지 않으면 010으로 번호를 바꾼 가입자에 대한 역차별도 있을 수 있다"며 "방통위는 명확한 시점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SK텔레콤 하성호 상무는 "정부의 번호통합 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에 공감한다"며 "다만 여전히 2G망이 남아있기 때문에 사회적 공감대에 맞춰 점진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 상무는 또 "번호변경표시서비스의 경우 일시적일텐데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만일 이 서비스가 장기적으로 이뤄진다면 번호를 2개씩 갖게 되는 것인데 이는 결국 방통위의 번호통합 정책포기와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이용경 의원은 "오늘 토론을 통해 어느정도 사업자와 시민단체, 방통위간 오해도 풀린 것 같아 앞으로 좋은 대안이 기대된다"며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이 반영돼 지금껏 우리 IT가 이만큼 발전해 온 만큼 이번 정책에도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잘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방통위 박준선 과장은 "010 번호통합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방통위가 부족했던 점을 인정한다"며 "정책여건과 그간의 공청회 및 간담회를 통한 의견까지 수렴해 이달 말께 010 번호통합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겠다"고 밝혔다.